建築士와 공공기관
서울건축사신문 논단
최근 한 건축전문지에는 건축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내용이 게재되었는데 이목을 끈 문항은 자신의 일상에서 가장 만나고 싶지 않는 사람을 묻는 것이었다. 설문에 응한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을 지목한 것은 한국건축계의 잠재된 문제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회적인 표현으로 공공기관의 도덕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건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건축행정의 일선에 서 있는 사람들과 건축인의 갈등은 우리 사회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법칙을 만들고 지키는 문화를 가지지 못한 데에서 기인하지만 그 이면에는 뿌리깊은 기술천대의 행정권위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관료사회와의 주종관계가 변화하지 않고서는 건축인이 바라는 건축문화는 요원하다. 이를 위해서 건축사들의 실천적 제안과 집단적인 후원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나라에서는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독립을 목표로 하는 것이 일반적 수순이었다. 경제위기 상황이후 이러한 경향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건축사의 직종은 개인사무소의 범주를 넘어가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2차 대전이후 설계사무소와 엔지니어링 회사 밖의 영역으로 건축사들이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1982년 당시 미국건축사협회에 등록된 2,300여 명의 건축사가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986년에는 뉴욕지역에만 550명의 건축사사 52개 정부기관에서 일하고 이들이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이 지역전체의 40%에 이른다. 이들이 일하는 정부기관은 행정, 입법, 사법 그리고 군을 포함한다. 이들은 프로젝트를 직접수행하기도 하고 민간기업에 용역을 줄 경우 중요한 창구역할을 해 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포화상태에 이른 민간 건축설계사무소, 건축사의 위상, 그에 따른 열악한 건축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건축사와 공공기관의 새로운 관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건축사 스스로가 미국처럼 공공기관으로 들어가는 것은 현재 관료사회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작은 정부를 내걸고 공무원을 줄여 가는 추세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민간이 주축이 되고 정부가 지원하는 제3의 기관을 통해 현장의 문제를 찾아내고 개선하는 노력은 점진적이나마 대안이 될 수가 있다고 본다. 호주의 경우 도시계획부 산하에 도시설계자문단이 설립되어 정부와 민간에 건축과 도시설계에 관한 구체적인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건축사협회가 주축이 된 제3의 기관에서 관련법규, 건축정보화, 건축행정절차, 각종 심의 및 심사문제 등 건축사들이 현업에서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연구하고 제안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건축교육과 직능은 외부의 압력에 의해 개혁의 도마 위에 올려지고 있다.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지만 외국에서 요구하는 최소의 기준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개혁은 경계해야 한다. 현장에선 건축사들도 개혁의 과정에서 그 동안 절실히 필요했지만 할 수 없었던 일에 대하여 같이 목소리를 내고 앞에선 사람들을 밀어주어야 한다.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서울건축사신문 논단
최근 한 건축전문지에는 건축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내용이 게재되었는데 이목을 끈 문항은 자신의 일상에서 가장 만나고 싶지 않는 사람을 묻는 것이었다. 설문에 응한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을 지목한 것은 한국건축계의 잠재된 문제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회적인 표현으로 공공기관의 도덕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건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건축행정의 일선에 서 있는 사람들과 건축인의 갈등은 우리 사회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법칙을 만들고 지키는 문화를 가지지 못한 데에서 기인하지만 그 이면에는 뿌리깊은 기술천대의 행정권위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관료사회와의 주종관계가 변화하지 않고서는 건축인이 바라는 건축문화는 요원하다. 이를 위해서 건축사들의 실천적 제안과 집단적인 후원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나라에서는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독립을 목표로 하는 것이 일반적 수순이었다. 경제위기 상황이후 이러한 경향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건축사의 직종은 개인사무소의 범주를 넘어가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2차 대전이후 설계사무소와 엔지니어링 회사 밖의 영역으로 건축사들이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1982년 당시 미국건축사협회에 등록된 2,300여 명의 건축사가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986년에는 뉴욕지역에만 550명의 건축사사 52개 정부기관에서 일하고 이들이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이 지역전체의 40%에 이른다. 이들이 일하는 정부기관은 행정, 입법, 사법 그리고 군을 포함한다. 이들은 프로젝트를 직접수행하기도 하고 민간기업에 용역을 줄 경우 중요한 창구역할을 해 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포화상태에 이른 민간 건축설계사무소, 건축사의 위상, 그에 따른 열악한 건축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건축사와 공공기관의 새로운 관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건축사 스스로가 미국처럼 공공기관으로 들어가는 것은 현재 관료사회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작은 정부를 내걸고 공무원을 줄여 가는 추세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민간이 주축이 되고 정부가 지원하는 제3의 기관을 통해 현장의 문제를 찾아내고 개선하는 노력은 점진적이나마 대안이 될 수가 있다고 본다. 호주의 경우 도시계획부 산하에 도시설계자문단이 설립되어 정부와 민간에 건축과 도시설계에 관한 구체적인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건축사협회가 주축이 된 제3의 기관에서 관련법규, 건축정보화, 건축행정절차, 각종 심의 및 심사문제 등 건축사들이 현업에서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연구하고 제안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건축교육과 직능은 외부의 압력에 의해 개혁의 도마 위에 올려지고 있다.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지만 외국에서 요구하는 최소의 기준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개혁은 경계해야 한다. 현장에선 건축사들도 개혁의 과정에서 그 동안 절실히 필요했지만 할 수 없었던 일에 대하여 같이 목소리를 내고 앞에선 사람들을 밀어주어야 한다.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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