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축의 틈새와 가능성
“메가시티 네트워크 : 한국현대건축전” 베를린 순회전에 앞서
"건축과 사회" 제12호 2008 여름, pp.154-159
2007년 12월 8일부터 2008년 2월 17일까지 프랑크푸르트의 독일건축박물관(DAM)에서 열렸던 “Megacity Network : Contemporary Korean Architecture (약칭 메가시티 전)”은 유럽의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아 베를린 순회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DAM은 프랑크푸르트시가 운영하는 최초의 공공 건축박물관으로 라인강변에 지어진 19세기 건물을 독일의 저명건축가 마티아스 웅거스가 리노베이션했다. 현학적이고 묵직한 독일버전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DAM은 전시기획 역시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때문에 16인 건축가 32개 작품과 한국도시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것은 황두진, 조남호 두 전시 코디네이터에게 숙제였다. 그러나 DAM에서 펼친 지난 전시는 우리도시가 도시가 직면한 리얼리티와 가능성을 유럽의 관객에게 강하게 각인시켰다.
베를린의 독일건축센터(DAZ) 역시 리노베이션 건물이지만 정갈한 DAM과는 대조적으로 동베를린의 어수선한 공업지역의 분위기가 남아있다. 이 지역은 최근 유럽의 새로운 소호라고 불린 만큼 전위적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DAZ의 전시기획 역시 거칠지만 진취적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DAZ의 전시장 면적은 DAM의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고 상부의 조명도 큰 숙제였다. 그러나 두 코디네이터는 기존 전시물을 크기와 모양이 다른 DAZ에 유연하게 배치했고 전시기간 동안 한국영화 세편을 상영하는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6월 27일 오후 기자회견, 발표에 이어 개전식을 갖고 약 한 달간의 전시에 들어간다.
메가시티전은 2006년 초반 시작되어 2년간의 준비 끝에 결실을 본 한국이 기획한 최초의 해외건축그룹전이다. 주제선정, 참여건축가 선정, 코디네이터 구성, 기금조성, 대외홍보, 전시물제작 및 설치, 전시와 병행한 해외최초의 한국현대건축 단행본 출간 등 전 과정을 (사)새건축사협의회를 중심으로 참여건축가들이 직접 수행했다. 총괄기획자로서 처음 주저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각자의 세계관을 갖고 있는 16인의 건축가와 사진작가를 하나의 주제로 묶는 전시가 가능할까 하는 것이었다. 대학의 수많은 건축가 초청강연회에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개념과 어휘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난해한 세계를 묶는 틀이 가능하며 의미 있는 것인가? 둘째, 당시 3억 원으로 추산된 비용을 전액 후원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가능할 것인가 하는 망설임이었다. 대부분의 건축전은 일종이 초기자금이 있어 이로부터 일을 감행할 수 있다. 그러나 메가시티전은 회의비조차 회비로 거두어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2년의 과정에서 첫 번째 우려는 놀랍게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개별 작품과 한국도시의 리얼리티를 동시에 드러내는 주제 하에서 개별성은 집합적 질서를 넘어설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두 전시코디네이터는 동일한 크기의 재료, 건축선으로 불리는 배치선 등 강력한 전시지침을 마련했다. 알루미늄 금속판을 정교하게 연결하여 만든 96개의 ‘병풍판(folding screen)’ 위에 도면, 사진, 모형을 배치하여 길과 건축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대형 벽면 한 쪽에 사진작가 안세권씨의 사진과 동영상을 비추어 전시장 공간 전체를 역동적인 분위기로 만들었다. 전시장을 찾은 한 독일의 관람객은 “건축전시의 개념을 한 단계 높인” 격조 높은 전시라고 평가했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지는 12월 8일자에서 메가시티 네트워크전은 “빼어난 설치물, 눈부신 디자인, 훌륭한 글, 생기 넘치는 전시디자인”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외에도 신문, TV, 잡지 등 보도가 36건에 이르렀다.
이와 달리 기금조성과 국내홍보는 그리 쉽지 않았다 2개 정부기관을 포함하여 25개 기관과 회사로 후원을 받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와 같은 공공기관과 삼성물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다. 초반에 대형건설사들이 지원해주리라고 믿었던 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몇몇 건설사들은 건축전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자사가 소유하고 시공한 건물이 해외에 출품되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지원할 의사가 없었다. DAM측은 이 사실을 알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국건축계에서 건축과 건설의 괴리를 절감하게 된 것이다. 또한 국내 유력일간 신문에 여러 차례 보도가 되었지만 정작 건축관련단체가 발행하는 기관지는 인색했다. 결과적으로 바깥에서의 호응과 격려에 비해 정작 안에서의 반응은 냉담했다. 앞으로 귀국전을 치루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큰 기대는 금물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한국건축계의 외연이 좁고 우리 스스로 바깥과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건축계의 이슈를 개인간의 ‘닫힌 연대’의 수준에서 제기해왔지만 팀웤과 ‘열린 연대’로 확산 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글로벌 시대의 변화에 ‘건축’보다 더 빨리 대응하는 ‘건설’을 한편으로는 비난을 하고 한편으로는 편승을 했지만 정작 두 영역이 어떻게 공생해야하는지는 모색하지 못했다는 자성을 하게 된다. ‘건축’과 ‘도시’의 괴리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반세기 동안 도시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건축은 그 위에서 다른 논리로 채워져 왔다. 이전 전시의 주제 ‘메가시티 네트워크’는 바로 ‘도시’와 ‘건축’이 포개진 지형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거대도시에 일견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것 같은 건축의 점들, 그 사이의 공백지대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한국현대건축의 가능성은 바로 이러한 점들의 네트워크와 그 공백지대에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해본다. 지난 수십 년간 일방적으로 수용해왔던 서구의 도시와 건축의 이론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감행해 보는 것이다. 이 전시가 한국건축계가 바깥 세계와의 소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베를린전 이후에도 한동안 바깥나들이를 계속했으면 한다.
김성홍/ 메가시티 네트워크: 한국현대건축전 총괄기획/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메가시티 네트워크 : 한국현대건축전” 베를린 순회전에 앞서
"건축과 사회" 제12호 2008 여름, pp.154-159
2007년 12월 8일부터 2008년 2월 17일까지 프랑크푸르트의 독일건축박물관(DAM)에서 열렸던 “Megacity Network : Contemporary Korean Architecture (약칭 메가시티 전)”은 유럽의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아 베를린 순회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DAM은 프랑크푸르트시가 운영하는 최초의 공공 건축박물관으로 라인강변에 지어진 19세기 건물을 독일의 저명건축가 마티아스 웅거스가 리노베이션했다. 현학적이고 묵직한 독일버전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DAM은 전시기획 역시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때문에 16인 건축가 32개 작품과 한국도시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것은 황두진, 조남호 두 전시 코디네이터에게 숙제였다. 그러나 DAM에서 펼친 지난 전시는 우리도시가 도시가 직면한 리얼리티와 가능성을 유럽의 관객에게 강하게 각인시켰다.
베를린의 독일건축센터(DAZ) 역시 리노베이션 건물이지만 정갈한 DAM과는 대조적으로 동베를린의 어수선한 공업지역의 분위기가 남아있다. 이 지역은 최근 유럽의 새로운 소호라고 불린 만큼 전위적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DAZ의 전시기획 역시 거칠지만 진취적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DAZ의 전시장 면적은 DAM의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고 상부의 조명도 큰 숙제였다. 그러나 두 코디네이터는 기존 전시물을 크기와 모양이 다른 DAZ에 유연하게 배치했고 전시기간 동안 한국영화 세편을 상영하는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6월 27일 오후 기자회견, 발표에 이어 개전식을 갖고 약 한 달간의 전시에 들어간다.
메가시티전은 2006년 초반 시작되어 2년간의 준비 끝에 결실을 본 한국이 기획한 최초의 해외건축그룹전이다. 주제선정, 참여건축가 선정, 코디네이터 구성, 기금조성, 대외홍보, 전시물제작 및 설치, 전시와 병행한 해외최초의 한국현대건축 단행본 출간 등 전 과정을 (사)새건축사협의회를 중심으로 참여건축가들이 직접 수행했다. 총괄기획자로서 처음 주저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각자의 세계관을 갖고 있는 16인의 건축가와 사진작가를 하나의 주제로 묶는 전시가 가능할까 하는 것이었다. 대학의 수많은 건축가 초청강연회에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개념과 어휘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난해한 세계를 묶는 틀이 가능하며 의미 있는 것인가? 둘째, 당시 3억 원으로 추산된 비용을 전액 후원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가능할 것인가 하는 망설임이었다. 대부분의 건축전은 일종이 초기자금이 있어 이로부터 일을 감행할 수 있다. 그러나 메가시티전은 회의비조차 회비로 거두어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2년의 과정에서 첫 번째 우려는 놀랍게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개별 작품과 한국도시의 리얼리티를 동시에 드러내는 주제 하에서 개별성은 집합적 질서를 넘어설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두 전시코디네이터는 동일한 크기의 재료, 건축선으로 불리는 배치선 등 강력한 전시지침을 마련했다. 알루미늄 금속판을 정교하게 연결하여 만든 96개의 ‘병풍판(folding screen)’ 위에 도면, 사진, 모형을 배치하여 길과 건축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대형 벽면 한 쪽에 사진작가 안세권씨의 사진과 동영상을 비추어 전시장 공간 전체를 역동적인 분위기로 만들었다. 전시장을 찾은 한 독일의 관람객은 “건축전시의 개념을 한 단계 높인” 격조 높은 전시라고 평가했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지는 12월 8일자에서 메가시티 네트워크전은 “빼어난 설치물, 눈부신 디자인, 훌륭한 글, 생기 넘치는 전시디자인”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외에도 신문, TV, 잡지 등 보도가 36건에 이르렀다.
이와 달리 기금조성과 국내홍보는 그리 쉽지 않았다 2개 정부기관을 포함하여 25개 기관과 회사로 후원을 받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와 같은 공공기관과 삼성물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다. 초반에 대형건설사들이 지원해주리라고 믿었던 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몇몇 건설사들은 건축전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자사가 소유하고 시공한 건물이 해외에 출품되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지원할 의사가 없었다. DAM측은 이 사실을 알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국건축계에서 건축과 건설의 괴리를 절감하게 된 것이다. 또한 국내 유력일간 신문에 여러 차례 보도가 되었지만 정작 건축관련단체가 발행하는 기관지는 인색했다. 결과적으로 바깥에서의 호응과 격려에 비해 정작 안에서의 반응은 냉담했다. 앞으로 귀국전을 치루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큰 기대는 금물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한국건축계의 외연이 좁고 우리 스스로 바깥과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건축계의 이슈를 개인간의 ‘닫힌 연대’의 수준에서 제기해왔지만 팀웤과 ‘열린 연대’로 확산 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글로벌 시대의 변화에 ‘건축’보다 더 빨리 대응하는 ‘건설’을 한편으로는 비난을 하고 한편으로는 편승을 했지만 정작 두 영역이 어떻게 공생해야하는지는 모색하지 못했다는 자성을 하게 된다. ‘건축’과 ‘도시’의 괴리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반세기 동안 도시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건축은 그 위에서 다른 논리로 채워져 왔다. 이전 전시의 주제 ‘메가시티 네트워크’는 바로 ‘도시’와 ‘건축’이 포개진 지형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거대도시에 일견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것 같은 건축의 점들, 그 사이의 공백지대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한국현대건축의 가능성은 바로 이러한 점들의 네트워크와 그 공백지대에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해본다. 지난 수십 년간 일방적으로 수용해왔던 서구의 도시와 건축의 이론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감행해 보는 것이다. 이 전시가 한국건축계가 바깥 세계와의 소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베를린전 이후에도 한동안 바깥나들이를 계속했으면 한다.
김성홍/ 메가시티 네트워크: 한국현대건축전 총괄기획/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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