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프랑크푸르트 한국현대건축전” 왜 하는가?
Megacity Network: Contemporary Korean Architecture 2007
2007년 12월 8일 - 2008년 2월 10일
프랑크푸르트 독일건축박물관 Deutsches Architektur Museum (DAM)
행사주관・주최: 새건축사협의회 + 독일건축박물관
참여건축가: 권문성/ 김영준/ 김인철/ 유걸/ 유석연/ 이종호/ 이충기/ 정기용/ 조남호/ 조민석/ 조병수/ 주대관/ ㈜공간/ ㈜정림/ 최문규/ 황두진/ 안세권
자문위원: 김봉렬/ 이종건/ 이주연
독일측기획: Peter Cachola Schmal
총괄기획: 김성홍
한국 현대건축의 현주소
세계최빈국에서 50년 만에 경제규모 세계 11위, OECD 국가 중 9위로 도약한 나라, 조선업 세계 1위, 세계 3위의 IT 강국, 세계최고 품격의 핸드폰을 만드는 나라.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이 이룩한 눈부신 경제적 성과는 한반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진취적이고 성공적이다. 그러나 정작 힘든 일상에 가려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과소평가하고 있는지는 한반도 밖을 벗어나서 볼 때 실감이 난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적 성과에 비해 문화적 정체성은 과연 어떻게 비추어 지고 있을까? 그 중에서도 역사와 문화, 기술을 응집한 한국 현대건축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지식생산과 유포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대학에서는 과연 한국건축에 관한 책이 얼마나 있을까? 방대한 일본건축과 중국건축 코너 사이에서 한국건축 책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 심지어 나는 미국의 한 대학도서관에서 몽고건축책보다도 빈곤한 한국건축 코너를 보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심은 심정이었다. 2006년 현재 적어도 유로아메리카 지식시장에서는 한국의 건축문화는 중국과 일본 중간지점에 함몰되어 있다.
문화는 우리의 일상을 풍부하게 하는 촉매제와 같은 것이다. 경제적 성취로 불가능한 갈증을 때로는 문화가 해소시킨다. 그래서 문화소비의 불균등은 경제적 불균등보다 더욱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문화는 한편으로 상상을 초월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낸다. 쇠퇴하는 스페인의 산업도시 빌바오에 프랑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도시를 재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나의 건축이 도시전체의 문화적 가치를 배가 시키는 것이다. 일본건축계는 지난 몇 십년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걸 맞는 체계적 건축문화 홍보를 했다. 수많은 해외전시를 열었고 수준 높은 잡지와 서적을 전 세계 대학에 배포했다. 일본 특유의 국가와 민간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그 결과 유럽과 미국의 대학의 특강에는 항상 일본 건축가들이 등장한다. 일본은 산업화시대의 건설이미지를 최첨단 건축문화로 포장하는데 성공했다.
과연 한국현대건축은 내실은 어떤가? 단도직입적으로 한국현대건축의 깊이와 수준은 세계적이다. 건축문화를 주도하는 유럽이 가장 주시하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밖으로 비친 이미지와 달리 일본의 위계적 폐쇄적 시스템은 글로벌 시대 지적교류에 걸림돌이다. 한편 밖을 향해 활짝 연 중국이 세계의 주류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한국의 지난 십여 년간의 성과, 역동성과 지적수준은 서구의 모더니즘에 비견할 만한 아시아 건축혁명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다만 우리 스스로가 이러한 성과와 가능성을 학술적, 문화전략적 차원에서 상품화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유럽 건축문화의 심장부 독일건축미술관으로
2007년 1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독일건축미술관((Deutsches Architekturmuseum)에서 “메가시티 네트워크 2007 (Megacity Network 2007)”라는 주제로 최초의 한국현대건축 해외그룹전을 연다. 새건축사협의회가 주관하는 이 전시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17인의 건축가가 33개 완성작을 출품한다. 이들은 중견건축가에서부터 신진건축가, 아틀리에 사무소에서 대규모 사무실에 이르기까지 각 영역의 대표 건축가로 현실세계의 치열함 속에서도 이론과 실천, 교육과 실무를 결합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들이 내 놓은 32개 작품은 전통한옥, 교외주택, 도시집합주택, 상업건축, 사무실, 미술관, 정보센터, 도서관, 연수원, 지역사회 공공시설, 교회, 경기장 등 전통적 건축유형을 다양하게 결합하고 있다. 메가시티 네트워크는 33개의 분산된 작품을 엮는 틀로 건축가들이 어떻게 장소와 맥락, 사회경제적 배경을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건축화 했는지 보여주게 된다. 메가시티 네트워크는 최고 건축물과 역동적인 한국도시의 리얼리티의 양면을 동시에 드러내는 은유적 장치다.
“메가시티 네트워크 2007”은 기존의 해외전시와 뚜렷이 다른 점이 있다. 첫째, 지금까지 해외건축전은 개별 건축가가 해외미술관을 접촉하여 개최하는 상업적 성격의 단독 혹은 소수의 그룹전으로 대관료를 한국측에서 부담하는 것이 관례였다. 둘째, 베니스비엔날레와 같은 국제행사에 한국건축가를 초청하는 경우로 공공이벤트의 성격을 띠지만 주최측에서 전시주제와 기획을 총괄하는 방식이었다. 이와 달리 “메가시티 네트워크 2007”은 독일건축미술관이 제안했지만 주제와 기획을 한국건축가들이 주도하는 최초의 행사다. 공공적이며 집합적 성격을 가진 최초의 해외전시인 것이다. 또한 전시와 병행하여 국제적 출판사 조비스(Jovis)에서 영독문으로 카탈로그를 제작하여 전 세계에 배포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32개 작품뿐만 아니라 국내외 학자와 건축가들의 글, 건축과 도시의 연구자료와 해석이 수록된다.
이 전시는 한국이 주관한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프랑크푸르트 시청의 과학예술국과 독일건축미술관은 한국에서 기획하는 각종 문학, 예술행사이외에 한국-독일 도시공공공간 포럼을 제안하였다. 한국과 독일에서 학자와 건축가가 참여한 포럼은 다른 행사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과학예술국과 독일건축미술관이 가장 성공적인 행사의 하나로 평가할 만큼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이 정부차원에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주관한 것은 단순한 책전시가 아니라 전방위 문화행사였기 때문이다. “메가시티 네트워크 2007”은 바로 한국출판문화계의 노력으로 파생된 프로젝트다.
독일건축미술관은 프랑크푸르트 강변에 새워진 19세기 빌라를 독일의 세계적 건축가 마티아스 웅거스가 리노베이션한 건물이다. 현재 프랑크푸르트는 유럽경제중심지이지만 2차 대전당시 폭격으로 도시가 거의 파괴되었었다. 이들은 경제만으로 도시가 거점이 될 수 없음을 일찍 깨닫고 1980년대 초반부터 문화 인프라를 구축했다. 강변을 따라 다양한 미술관을 건설해 건축인들의 메카를 지향했다. 독일건축미술관은 현재 유럽의 라틴문화권, 앵글로색슨문화권, 그리고 북구문화권 사이의 전략적 거점이자 우리에게는 유럽문화에 진출하는 교두보이다.
2007년 한국현대건축전은 건축과 건설, 건축과 기술의 융합을 유럽문화계에 선보이는 좋은 기회다. 모니터와 핸드폰을 잘 만드는 국가와 기업 이미지만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경쟁할 수 없다. 벤즈자동차가 최고의 건축가에서 자동차 미술관 설계를 의뢰하고, 오스트리아의 포도주생산자들이 최고의 와인 건축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을 보면 미래의 경쟁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있다. 유럽의 거리에 한국 LCD, 핸드폰, 자동차의 광고와 함께 한국건축문화가 포개져야 한다. 미국의 대학도서관에 한국의 전통건축과 현대건축의 책이 꽂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유럽과 미국의 도시에 한국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이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메가시티 네트워크 2007“은 작지만 이를 향한 첫 발걸음이다.
김성홍/ 2007 프랑크푸르트 한국현대건축전 총괄기획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Megacity Network: Contemporary Korean Architecture 2007
2007년 12월 8일 - 2008년 2월 10일
프랑크푸르트 독일건축박물관 Deutsches Architektur Museum (DAM)
행사주관・주최: 새건축사협의회 + 독일건축박물관
참여건축가: 권문성/ 김영준/ 김인철/ 유걸/ 유석연/ 이종호/ 이충기/ 정기용/ 조남호/ 조민석/ 조병수/ 주대관/ ㈜공간/ ㈜정림/ 최문규/ 황두진/ 안세권
자문위원: 김봉렬/ 이종건/ 이주연
독일측기획: Peter Cachola Schmal
총괄기획: 김성홍
한국 현대건축의 현주소
세계최빈국에서 50년 만에 경제규모 세계 11위, OECD 국가 중 9위로 도약한 나라, 조선업 세계 1위, 세계 3위의 IT 강국, 세계최고 품격의 핸드폰을 만드는 나라.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이 이룩한 눈부신 경제적 성과는 한반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진취적이고 성공적이다. 그러나 정작 힘든 일상에 가려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과소평가하고 있는지는 한반도 밖을 벗어나서 볼 때 실감이 난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적 성과에 비해 문화적 정체성은 과연 어떻게 비추어 지고 있을까? 그 중에서도 역사와 문화, 기술을 응집한 한국 현대건축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지식생산과 유포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대학에서는 과연 한국건축에 관한 책이 얼마나 있을까? 방대한 일본건축과 중국건축 코너 사이에서 한국건축 책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 심지어 나는 미국의 한 대학도서관에서 몽고건축책보다도 빈곤한 한국건축 코너를 보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심은 심정이었다. 2006년 현재 적어도 유로아메리카 지식시장에서는 한국의 건축문화는 중국과 일본 중간지점에 함몰되어 있다.
문화는 우리의 일상을 풍부하게 하는 촉매제와 같은 것이다. 경제적 성취로 불가능한 갈증을 때로는 문화가 해소시킨다. 그래서 문화소비의 불균등은 경제적 불균등보다 더욱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문화는 한편으로 상상을 초월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낸다. 쇠퇴하는 스페인의 산업도시 빌바오에 프랑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도시를 재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나의 건축이 도시전체의 문화적 가치를 배가 시키는 것이다. 일본건축계는 지난 몇 십년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걸 맞는 체계적 건축문화 홍보를 했다. 수많은 해외전시를 열었고 수준 높은 잡지와 서적을 전 세계 대학에 배포했다. 일본 특유의 국가와 민간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그 결과 유럽과 미국의 대학의 특강에는 항상 일본 건축가들이 등장한다. 일본은 산업화시대의 건설이미지를 최첨단 건축문화로 포장하는데 성공했다.
과연 한국현대건축은 내실은 어떤가? 단도직입적으로 한국현대건축의 깊이와 수준은 세계적이다. 건축문화를 주도하는 유럽이 가장 주시하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밖으로 비친 이미지와 달리 일본의 위계적 폐쇄적 시스템은 글로벌 시대 지적교류에 걸림돌이다. 한편 밖을 향해 활짝 연 중국이 세계의 주류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한국의 지난 십여 년간의 성과, 역동성과 지적수준은 서구의 모더니즘에 비견할 만한 아시아 건축혁명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다만 우리 스스로가 이러한 성과와 가능성을 학술적, 문화전략적 차원에서 상품화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유럽 건축문화의 심장부 독일건축미술관으로
2007년 1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독일건축미술관((Deutsches Architekturmuseum)에서 “메가시티 네트워크 2007 (Megacity Network 2007)”라는 주제로 최초의 한국현대건축 해외그룹전을 연다. 새건축사협의회가 주관하는 이 전시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17인의 건축가가 33개 완성작을 출품한다. 이들은 중견건축가에서부터 신진건축가, 아틀리에 사무소에서 대규모 사무실에 이르기까지 각 영역의 대표 건축가로 현실세계의 치열함 속에서도 이론과 실천, 교육과 실무를 결합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들이 내 놓은 32개 작품은 전통한옥, 교외주택, 도시집합주택, 상업건축, 사무실, 미술관, 정보센터, 도서관, 연수원, 지역사회 공공시설, 교회, 경기장 등 전통적 건축유형을 다양하게 결합하고 있다. 메가시티 네트워크는 33개의 분산된 작품을 엮는 틀로 건축가들이 어떻게 장소와 맥락, 사회경제적 배경을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건축화 했는지 보여주게 된다. 메가시티 네트워크는 최고 건축물과 역동적인 한국도시의 리얼리티의 양면을 동시에 드러내는 은유적 장치다.
“메가시티 네트워크 2007”은 기존의 해외전시와 뚜렷이 다른 점이 있다. 첫째, 지금까지 해외건축전은 개별 건축가가 해외미술관을 접촉하여 개최하는 상업적 성격의 단독 혹은 소수의 그룹전으로 대관료를 한국측에서 부담하는 것이 관례였다. 둘째, 베니스비엔날레와 같은 국제행사에 한국건축가를 초청하는 경우로 공공이벤트의 성격을 띠지만 주최측에서 전시주제와 기획을 총괄하는 방식이었다. 이와 달리 “메가시티 네트워크 2007”은 독일건축미술관이 제안했지만 주제와 기획을 한국건축가들이 주도하는 최초의 행사다. 공공적이며 집합적 성격을 가진 최초의 해외전시인 것이다. 또한 전시와 병행하여 국제적 출판사 조비스(Jovis)에서 영독문으로 카탈로그를 제작하여 전 세계에 배포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32개 작품뿐만 아니라 국내외 학자와 건축가들의 글, 건축과 도시의 연구자료와 해석이 수록된다.
이 전시는 한국이 주관한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프랑크푸르트 시청의 과학예술국과 독일건축미술관은 한국에서 기획하는 각종 문학, 예술행사이외에 한국-독일 도시공공공간 포럼을 제안하였다. 한국과 독일에서 학자와 건축가가 참여한 포럼은 다른 행사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과학예술국과 독일건축미술관이 가장 성공적인 행사의 하나로 평가할 만큼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이 정부차원에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주관한 것은 단순한 책전시가 아니라 전방위 문화행사였기 때문이다. “메가시티 네트워크 2007”은 바로 한국출판문화계의 노력으로 파생된 프로젝트다.
독일건축미술관은 프랑크푸르트 강변에 새워진 19세기 빌라를 독일의 세계적 건축가 마티아스 웅거스가 리노베이션한 건물이다. 현재 프랑크푸르트는 유럽경제중심지이지만 2차 대전당시 폭격으로 도시가 거의 파괴되었었다. 이들은 경제만으로 도시가 거점이 될 수 없음을 일찍 깨닫고 1980년대 초반부터 문화 인프라를 구축했다. 강변을 따라 다양한 미술관을 건설해 건축인들의 메카를 지향했다. 독일건축미술관은 현재 유럽의 라틴문화권, 앵글로색슨문화권, 그리고 북구문화권 사이의 전략적 거점이자 우리에게는 유럽문화에 진출하는 교두보이다.
2007년 한국현대건축전은 건축과 건설, 건축과 기술의 융합을 유럽문화계에 선보이는 좋은 기회다. 모니터와 핸드폰을 잘 만드는 국가와 기업 이미지만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경쟁할 수 없다. 벤즈자동차가 최고의 건축가에서 자동차 미술관 설계를 의뢰하고, 오스트리아의 포도주생산자들이 최고의 와인 건축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을 보면 미래의 경쟁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있다. 유럽의 거리에 한국 LCD, 핸드폰, 자동차의 광고와 함께 한국건축문화가 포개져야 한다. 미국의 대학도서관에 한국의 전통건축과 현대건축의 책이 꽂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유럽과 미국의 도시에 한국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이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메가시티 네트워크 2007“은 작지만 이를 향한 첫 발걸음이다.
김성홍/ 2007 프랑크푸르트 한국현대건축전 총괄기획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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