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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공공공간 (2003.03)

테헤란로 高層事務所 建物 저층부의 公共空間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Public Space of High-Rise Office Buildings on Teheranno Street in Seoul

大韓建築學會論文集 계획계 2003.3, 19권 3호 pp.3-10.
윤 한 섭, 김 성 홍 Yun, Han-Seob    Kim, Sung-Hong

Abstract
This paper discusses the public space of the high-rise office buildings on Teheranno street. Since the 1980s, there has been a rapid growth in the construction of high-rise buildings due to the development of architectural technology and the increase of land price along this street. The ground level of high-rise office building is the buffer space between private and public realm and its roles in urban space becomes considerable. Nine buildings between Samsung and Kangnam subway station were chosen and classified according to their site areas and their relationships to the adjacent streets. Three aspects were primarily analyzed and interpreted. 1) the ratio of the public space and site area, 2) the programs of the ground level, 3) the spatial accessibility and permeability between buildings and streets. The paper reports that the buildings generally meet the legal requirements, yet their functions as public space were limited, and argues the importance of the linkage between urban and architectural design.

1. 서론

1980년대 이후 도심 고밀화, 지가상승, 건축기술의 발달로 서울의 강남을 중심으로 사무소건물의 고층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고층화 될수록 저층부는 공공영역과 사적영역이 만나는 결절점으로서 기능과 역할이 중요해진다. 사무소건물의 고층화가 일찍 이루어진 구미도시 경우 저층부와 가로와의 관계를 법과 제도적 장치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건축법에서도 연면적 5,000㎡ 이상의 업무시설에는 공개공지 등을 확보하여 일반인에게 개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도시계획법의 지구단위계획에서는 건축선 지정을 통하여 보행공간을 확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어떻게 건축설계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해석, 평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길과 건축의 밀접한 관계가 활력 있는 도시공간을 만든다는 사실은 서구의 도시이론가들에 의해 주장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창조적 문화를 가진 곳은 공적인 도시공간을 가졌다고 하였다. 보행자가 안전하게 거닐 수 있는 길은 도시문제를 치유하고 도시민의 대면접촉을 유도하여 도시를 활기 있게 해준다고 주장하였다. 제이콥스는 특히 대형 블록의 폐해를 지적하며 작은 블록 내에서 길과 길의 연결과, 보행자를 위한 휴식공간을 강조하였다. 윌리암 화이트(William H. Whyte)는 활기 있는 도시공간 조성을 위해서는 보행자가 쉽게 접근 가능한 외부광장과 상업거리, 건물내부로의 자연스런 유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저층부의 쉼터공간(Sitting), 음식점(Food), 상점(Retailing), 화장실(Toilet)을 외부공간의 필수 요소로 보았다. 이들의 주장은 도심공동화를 겪었던 미국의 도시를 본보기로 하였다는 점에서 미국의 도시계획 및 설계 영향을 받은 서울 강남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 논문에서는 테헤란로 고층사무소 저층부 내․외부 공간의 연결과 공공공간 면적비율, 저층부 실의 용도를 조사, 분석하고 도시 공공공간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 글에서는 공공공간을 일반 보행자가 건물관리자의 통제를 받지 않고 접근 또는 통과할 수 있는 대지 내 옥내공간과 옥외공간으로 정의한다. 즉, 개인소유의 공간이지만 일반보행자에게도 개방된 곳을 포함한다. 옥내공간인 경우에는 상시개방을 하지 않더라도 개방시간 내에 일반인이 자유롭게 접근 할 수 있는 곳은 공공공간에 포함시켰다. 이론적 배경은 보행자 중심의 도시공간을 강조한 1970년대 이후 구미의 도시공간이론과, 공간관계와 그 사회적 기능을 객관적 방법론으로 정립한 空間構文論(Space Syntax)을 토대로 삼았다.
  
연구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대지면적과 저층부의 공공공간 면적을 산출하고 비율을 비교하였다. 둘째, 일반 보행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저층부의 실용도를 조사․비교하였다. 셋째, 공간구문론 이론과 방법론의 일부를 이용하여 저층부 내부와 외부와의 공간관계를 분석하였다. 연구대상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체계적인 도시설계가 처음으로 적용되었던 테헤란로로 설정하였다. 강북지역에 70년대 이전부터 고층건물이 산발적으로 건설되었다면 테헤란로 지역은 도시설계에 관한 법과 제도가 정착된 80년대 이후 고층건물이 건설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테헤란로 일대는 토지초과 이득세 관련제도와 급속한 사무실 수요의 증가로 1990년대 이후 단기간 내에 고층건물이 들어서서 비교연구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연구는 크게 세 단계로 진행하였다. 첫째, 기존 문헌이나 논문, 도면 등을 통해 대상지역과 건물을 사전 조사하였다. 둘째, 현장답사, 인터뷰, 사진촬영을 통해 대상지역과 건물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셋째, 건물 저층부와 도시공간을 연결한 도면을 작성,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저층부 공간의 공공성을 논의하였다.

2. 공공공간의 정의

  도시공간(都市空間)은 일반적으로 외부공간을 지칭한다. 그러나 크리어(Krier) 건물내부의 종정부터 건물과 건물사이, 넓게는 자연으로 둘러싸인 오픈스페이스까지도 도시공간으로 정의했다. 브로드밴트(Broadbent)는 도시공간의 유형을 역사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건물내부의 아트리움을 도시공간의 한 유형으로 분류한 바 있다. 따라서 도시공간이란 길과 광장과 같은 외부공간 뿐만 아니라 필지 내의 오픈스페이스와 건물내부의 공간까지도 포함한다. 두 이론가의 관점에서 도시공간은 사유지를 포함하는 포괄적 영역인 것이다.

  도시공간을 소유에 의해서 분류하면 크게 사유지(私有地)와 공유지(公有地)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소유권이 개인에게 귀속된 반면, 후자는 도로나 공원 등 소유권이 공공기관에게 있다. 그러나 모든 공유지가 개방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며, 사유지라고 해서 반드시 폐쇄적인 것은 아니다. 공유지이면서 폐쇄적일 수도, 사유지이면서도 개방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익을 구현하는 도시공간을 일반적으로 공공공간(公共空間)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익은 ‘사회통념상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가치들’이기 때문에 사회구성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 개념이다. 고대 도시국가에서는 개인욕구를 공동체 발전의 저해요소로 생각하였으며, ‘푸블리쿠스’라고 불렀던 공공공간이 실제로는 지배자에게 귀속되어 사익에 우선하는 공간이었다. 잭슨(J.B. Jackson)은 공공공간을 ‘모든 시민들이 접근 할 수 있는 곳으로 공공의 권위(authority)에 의해 창조되고 유지되는 장소나 공간으로 보았다.

  공공공간의 개념을 요약하면 <표2.1>과 같이 개방적인 공적공간(公的空間)과 개방적인 사적공간(私的空間)으로 구분된다. 전자를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공원이나 놀이터, 또는 도로나 보행로 등의 공간이라면, 후자는 사유지이지만 일반인에게 개방되어진 공간으로 건물외부의 공개공지나 건물 내부에 조성된 공개공간, 또는 로비나 홀  등을 말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공공공간을 어떤 건물의 업무관련 종사자나 방문자 뿐 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 이용자가 평시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진 옥내․옥외공간으로 정의한다.

3. 테헤란로 도시설계 일반적 특징

  테헤란로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서초역에 이르는 길이 약 3.7km의 대로이다. 구간에 따라 58m, 50m, 40m 등 크게 3가지의 폭원으로 되어 있으며, 1960~7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에 의해 현재와 같은 격자형 틀이 조성되었다. 서울 강북지역이 600년 이상의 역사가 축적되어 불규칙한 도시조직을 형성했다면 강남지역은 개발 당시 농경지가 대부분으로 새로운 계획에 의해 정형적인 도시조직 형성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테헤란로 도시설계는 1980년도 ‘도심부내 건축물에 대한 특례규정’으로 도시설계가 제도적으로 정착된 후 역세권 중심의 도시개발 수요를 합리적으로 유도정비하고 도시의 기능 및 미관의 증진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필지마다의 여건에 따라 세부 설계규제지침, 권장 내용이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주요 내용을 보면 구간에 건축지정선과 건축한계선이 확정되어 건축선에서 3M~1M 후퇴하도록 하고, 최저 5층 이상(일부 3층)으로 건물높이를 제한하며, 기준미달 필지와 전면주차 진입금지 필지는 공동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공공사업 시행이 필요한 경우나 대규모 필지의 경우의 일부지역은 특별설계구역으로 지정하여 추후 구체적인 사업계획 수립시 도시설계와 협의조정을 거쳐 도시설계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주체는 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일부 공기업이 해당된다.

4. 테헤란로 고층사무소 건물과 공공성

4.1 대상건물 선정
  본 논문에서는 전면도로 폭이 유사한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강남역 구간의 대로변에 위치한 고층건물을 연구대상으로 설정했다. 테헤란로에서 고층사무소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부터이다. 그러나 도시설계에 따라 본격적으로 고층건물이 건축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이다. 이 연구에서는 90년대 준공한 고층사무소 건물 중 테헤란로 변에 위치한 16층 이상 또는 대지면적 15,000㎡ 이상의 업무시설 건물을 연구대상으로 설정하였다. 전자는 건축법 시행령의「다중이용건축물의 경우는 16층 이상부터 건축위원회 심의대상이 된다」조항을, 후자는「2필지 이상의 토지면적의 합계가 1만 5천㎡ 이상으로서 당해 대지의 소유자가 1인이거나 2인 이상의 소유자가 공동개발을 합의한 경우는 특별설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참고하여 선정기준으로 삼았다. 위의 두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만족하는 건물은 총 33개였다. 유사한 조건하에 놓인 건물들을 선정하기 위해 이 건물들을 다시 인접도로 모양에 따라 분류하면 <표4.1>과 같이 6개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대지면적에 따라 구분하면 <표4.2>와 같이 크게 4가지 대지규모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스코 센터와 한국은행 전산센터는 4면이 도로에 접한(4S型) 반면 삼성금융플라자는 건물 전면만이 도로에 접(1S型)한다. 분석결과 도로와 3면이 접한 3S-1型과 2면 접한 2S-1型의 경우가 각각 33%, 31%로 높은 분포비율을 보였다. 대지면적별로는 소규모 대지에 속하는 건물이 약 55%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초대규모 범위 중 6,000~15,000㎡ 사이에 속한 건물은 없었다.

1차로 선정한 33개 건물 중 대지에 접한 도로 유형과 대지규모 유형을 고려하여 연구에 적합한 9개 건물을 최종 선정하였다. <표4.3> 소규모대지에서는 2S-1型 2개, 중규모대지에서는 3S-1型 3개, 대규모대지에서는 3S-1型 2개, 초대규모대지에서는 4S型 2개를 각각 선정하였다. 최종 연구대상 건물들이 위치한 곳은 <그림4.2>와 같다.

4.2 대상건물의 분석
  연구는 세 가지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첫째, 저층부 기준층의 공공공간 면적과 대지면적을 비교한 후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면적을 수치로 환산하였다. 둘째, 보행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저층부의 프로그램을 조사하였다. 셋째, 일반 보행자들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동선의 경로를 공간관계로 표현하였다. 분석방법은 ‘공간구문론’에서 정의하는 공간연계도(permeability map)를 활용하였다.

4.2.1 공공공간 비율
  앞에서 정의한 바와 같이 공공공간은 옥내와 옥외 공공공간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공개공간, 로비, 홀 등을, 후자는 공개공지, 보행통로, 광장 등을 포함한다. 공공공간비율은 다음과 같이 환산하였다.

여기서 옥내공공공간은 건물의 주출입구와 직접 연결되는 층을 기준으로 하였다. 예를 들어 아주빌딩은 도로에 접하는 2층에서 주출입이 이루어지므로 2층 평면도를 기준으로 환산하였다. 아주빌딩, 포스코센터, 큰길타워와 같이 대지가 1층과 2층에 동시에 연결되어 있는 경우는 옥외 공공공간 면적을 2층 높이에서 수직 투영한 도상면적을 기준으로 산출했다. 그러나 진입할 수 없는 조경지역이나 분수대 등은 옥외 공공공간 면적에서 제외하였다. 옥내 공공공간에서도 평시에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되는 엘리베이터 대기홀이나 관계자 전용공간 등은 면적에서 제외하였다. 산출된 저층부 공공공간의 면적비율은 <그림4.3>과 같이 나타났다.

  공공공간비율을 분석한 결과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첫째, 옥내․외 공공공간의 분포이다. 전체 공공공간 비율은 19~42% 분포로 평균은 32%였다. 이중 옥내가 10%, 옥외가 22%로 옥외공공공간 비율이 높았다. 공개공지나 보행로 등의 면적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실내면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동빌딩 경우는 옥내가 23%, 옥외가 19%로 예외였으며, 포스코 센터와 데이콤 사옥도 옥내가 각각 15%, 11%로 비교적 높았다. 이 건물들은 임대 위주보다는 사옥(社屋) 위주였으며, 저층부의 로비나 홀을 홍보공간 또는 전시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 건폐율과 공공공간 비율과의 관계이다. <그림4.3>에서와 같이 소규모 건물과 대규모 건물은 건폐율과 공공공간 비율이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폐율이 클수록 대지 내 옥외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공공공간의 비율도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다. 대상건물의 옥외공공공간비율은 약 20~30% 사이에 고른 분포를 보여주었지만, 옥내공공공간비율은 심한 편차를 보였고 공공공간비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건폐율보다는 건물의 개방성에 의해 공공공간 비율이 더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지면적이 15,000㎡ 이상인 포스코센터와 한국은행 강남전산센터의 경우 건폐율이 각각 41%, 23%이지만 공공공간 면적비율은 각각 41%(옥외 26%, 옥내 15%), 19%(옥외 17%, 옥내 2%)로 포스코센터가 약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포스코센터는 건물 아트리움 내부로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한 반면 전산센터는 외부공간의 많은 부분을 직원 체육시설과 휴게공간으로 전용하기 때문에 일반인의 건물내부 진입이 어려웠다.

4.2.2 저층부 공공공간의 용도
  프로그램은 공공공간의 활용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은행이나 음식점, 전시실 및 기타 상가 등은 보행자의 자연스런 접근을 유도한다. 조사결과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주로 지하층이나 1,2층에 분포되어 있었다. 세부 용도들은 <표4.4>와 같다.

조사대상 건물의 1층에는 대부분 은행이 있어서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은행만 입점한 경우 은행이 폐점하는 저녁이나 공휴일에 일반인의 건물 출입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고있다. 포스코센터나 섬유센터는 지상층에 홍보관과 전시실이, 지하층에는 다수의 음식점이 있어서 휴일이나 저녁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었다. 임대위주 건물의 지하층에는 상업시설이 많았는데 남경빌딩과 역삼하이츠 건물은 지하철역 주변에 있어서 일반인들도 건물내부의 시설들을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특히, 역삼하이츠 건물은 지하철역에서 건물지하로 직접 연결되어 있었으며, 지상에는 조각물과 벤치시설을 갖춘 공개공지가 조성되어 보행자들의 이용이 많았다. 반면 포스코센터를 제외한 사옥 중심 건물의 지하층에는 일반인에게 개방된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다. 영동빌딩(現 현대전자 사옥)이나 데이콤 사옥 지하층은 주로 직원들을 위한 매점이나 샤워장 등으로 이용되고 있어, 저층부 프로그램은 사옥 중심인 건물과 임대 중심인 건물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4.2.3 공간의 연계
  공간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공간구문론(space syntax) 방법론 중의 하나인 ‘공간연계도(permeability map)’를 활용하였다. 공간연계도란 한 공간이 전체의 다른 모든 공간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분석하기 위해 실내외 공간을 ‘볼록형 공간(convex space)’으로 구획하고, 이를 연결하여 도식화 한 것을 말한다. 즉, 원은 공간의 단위를, 선은 공간들의 연결을 표현하기 때문에 공간연계도는 접근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공간을 점유하거나 사용하는 사람들간의 사회적 관계를 나타낸다. 이 연구에서는 ‘주변도로’, ‘공개공지’, ‘옥외 공공공간’, ‘옥내 공공공간’ 등 4요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관찰하였고 그 결과는 <그림4.4~8>과 같이 나타났다.

<그림4.4> 남경빌딩 저층부 평면도 및 공간연계도

소규모 대지형에 속한 남경빌딩과 아주빌딩은 계단, 엘리베이터, 화장실 등 코아 부분이 각각 평면의 중앙배면과 우측편에 있다. 두 건물은 건폐율이 60%로 높아 외부 공공공간은 주로 도로변을 따라 띠모양으로 되어있다. 아주빌딩은 공개공지가 두 도로가 만나는 부분에 있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남경빌딩은 보행자들이 인지하기 어려운 건물 뒤편에 있어 이용자가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남경빌딩은 건물내부를 관통하는 내부통로가 없어 <그림4.4>와 같이 가지형 모양의 공간연계도로 표현되었다. 중규모 대지의 건물에서는 내부를 관통하는 통로가 소규모 대지 경우보다 많았다. 경사대지에 위치한 큰길타워 경우는 1, 2층 모두에서 건물내부를 관통하는 동선이 형성되어 있었으며, 장방형 대지의 데이콤 사옥은 내부를 관통하는 동선이 장축방향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림4.5> 아주빌딩 저층부 평면도 및 공간연계도

대신 공개공지로 조성된 곳을 보행자들이 대지를 관통하여 갈 수 있도록 통로로 제공하고 있었다. 대규모 대지의 건물들은 주로 전면도로 가까이 배치됨에 따라 배면(背面)의 여유공간을 옥외주차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건물뒤편에서 배면도로와 연계되는 동선은 단절되어 있었다. 그러나 건물내부에서 전면도로 및 측면도로와의 연결은 비교적 원활했으며, 테헤란로에 면한 공개공지의 벤치는 보행자들에 의해 자주 이용되고 있었다.

초대규모 대지의 경우에도 배면은 주로 옥외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건물 전면부를 약 20m 정도 후퇴시켜 전면광장으로 조성한 포스코센터는 실내를 관통하여 건물 측면과 배면으로 연계되는 동선이 많았으나, 한국은행 강남전산센터는 <그림4.8>과 같이 건물 내부를 관통하는 보행자 동선은 없었다.

5. 테헤란로 고층사무소 공공공간의 특징

  테헤란로 고층사무소 건물의 저층부에서 나타나는 공공공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사대상 건물의 건폐율과 공공공간 비율은 전반적으로 반비례하였다. 건물이 대지를 많이 차지할 수 록 외부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지규모가 큰 경우 예외가 있었다. 포스코센터와 한국은행전산센터는 건폐율이 각각 41.7%, 23.2%로 포스코센터가 전산센터에 비해 약 2배정도 높았다. 반면 공공공간비율은 각각 41%, 19%로 오히려 포스코센터가 2배 이상 높았다. 외부공공공간비율은 비슷했지만 내부공공공간비율은 포스코센터가 15%, 전산센터가 2%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즉, 건폐율이 높더라도 저층부의 옥내공간을 개방할 경우 건축물의 공공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도시설계에서 건폐율, 용적율, 건축선, 공개공지로 건축물의 규모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내부공간을 포함한 ‘공공공간비율’과 같은 포괄적인 개념으로 공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둘째, 임대형 건물의 1층은 전반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는 은행이 주로 입점하고 지하층에는 식당 및 소매공간이 자리잡고 있었다. 은행은 일반인의 출입빈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주말이나 야간에는 건물을 오히려 폐쇄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사옥형 건물은 저층부 일부를 전시공간 등으로 할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경우에도 대부분은 일반인에 대한 통제가 심하여 휴게공간 및 통과로와 같은 실질적 공공공간으로 활용되지는 못하였다.
  
셋째, 옥외공공공간 중 공개공지는 휴게공간의 성격이 강했고 그 외의 옥외공공공간은 건폐율을 충족시키고 남은 대지경계선과 건물 사이의 협소한 공간에 불과했다.  이는 1991년 개정된 건축법의 「공개공지 등의 확보」라는 규정에 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일반적인 경향은 공개공지의 규정을 다르게 적용한 사례들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을지로 입구에 위치한 서울투자금융 건물 경우는 1984년에 건립되었지만 저층부의 40% 이상을 공공공간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10층에는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늘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태평로의 삼성전자 본관도 대지일부를 별도의 공개공지로 할애하고 있을 뿐 아니라 1층 로비 공간을 기업홍보용 영상매체 시설과 함께 벤치시설을 두어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이와 비교 할 때 테헤란로 건물에서는 공개공지 개념이 건물의 내부로까지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영동빌딩의 경우 테헤란로에 면한 1층 벽체를 후퇴시켜 공개공지를 형성하였던 점에서 공개공지가 건물내부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넷째, 저층부의 옥내공공공간은 전면도로와는 비교적 원활히 연결된 반면 배면도로와는 연결은 미미했다. 이러한 특징은 테헤란로 도시설계에서 규정한 건축지정선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건물이 건축선을 따라 전면도로에 배치됨에 따라 건물 뒤편의 여유공간은 주로 주차장으로 계획된 경우가 많았다. 데이컴 사옥, 섬유센터, 영동빌딩 등의 배면도로는 전면도로 폭의 1/8 정도(약 6m)로, 보차분리 및 차량 왕복 통행이 어려웠으며 부출입구가 형성되지 못했다. 이로 인하여 건물을 관통하여 길과 길을 연결하는 내부통로가 원활하게 형성되지 못하였다. 특히 소규모 대지의 건물 경우 대지의 앞과 뒤를 연결하는 보행자 동선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초대규모 대지의 한국은행 강남전산센터 경우에도 외부공간이 폐쇄적이었다. 대지규모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대지 내를 통과하는 보행로가 없어진다는 것은 도시가로조직이 점차 단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적영역을 일반인이 통행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제한적이나마 공공영역과 연결시키는 것은 도시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점에서 포스코 건물은 테헤란로에서 예외적인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분리된 2개 건물동의 내부공간은 3개의 도로와 잘 연결되어 도시공간의 일부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6. 결론

   고층건물의 저층부는 시민을 위한 공익(公益)과 건축주의 사익(私益)이 공존하는 장소이다. 저층부 공공공간은 도시의 단절을 이어주는 매개체일 뿐 아니라 삭막해지기 쉬운 도시에 활기를 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연구에서는 테헤란로 변에 위치한 고층사무소 건물 중 인접도로 유형과 대지면적을 기준으로 9개를 선정하여 연구를 진행하였으므로 테헤란로 고층사무소 건물을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고층사무소 건물의 저층부 특징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테헤란로 고층사무소 건물의 저층부는 관련법의 요구사항만 충족하는 수준으로 제한적인 공공공간이었다. 이는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기인한다고 하겠다. 첫째, 도심 고밀도 환경에서 법의 허용한도 내에 최대의 임대공간을 확보하려는 건축주의 요구가 설계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저층부를 일반인의 공공공간으로 제공토록 유도하는 법과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셋째, 도시공간구조가 자동차 위주로 전환되면서 보행환경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밀 도시에서 고층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므로 저층부의 공공성 증대는 도시적 차원에서 절실한 과제이다. 특히 포스코센터와 같이 공익을 중시하는 공기업 건물의 저층부는 도시의 공공성 확산에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공익적 측면만 강조하여 사유(私有)건축물을 법규나 제도를 통해 일방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실효성 있는 각종 인센티브를 통하여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옥내․외 공공공간의 양적(量的)인 확보, 불특정다수에게 개방된 저층부 프로그램의 유도, 그리고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연계는 공공성을 증대하기 위한 가장 필요한 과제라고 하겠다. 현재의 건폐율, 용적율, 공개공지 면적과 같은 일률적 제한으로는 저층부의 공공성을 확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필지별로 이루어지는 건축계획과 설계 만으로서는 이것을 성취하기는 어렵다. 도시설계와 건축설계의 접목이 보다 절실하며 이에 앞서 지속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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