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的 質問과 價値
ACAU (Asian Coalition for Architecture and Urbanism)
POAR 사람과건축, March 2005 Vol.107, pp.124-125.
지난해 말 서울시립대학교에서는 싱가포르 국립대, 방콕의 어섬션대, 홍콩대, 상해 동제대등 5개교가 아시아건축도시연합 (약칭 ACAU: Asian Coalition for Architecture and Urbanism) 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창립 심포지엄을 개회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의 건축과 도시의 네트워크를 발족시켰다. ACAU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한국 건축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기존의 국내 건축대학과 해외대학의 교류는 양자간의 교류형식이 주류였다. 양자간의 관심과 이해가 일치할 경우 교류는 지속되지만 장기간에 걸쳐 쌍방이 새로운 주제를 끊임없이 설정하고 동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대학의 경우에도 문서상 협정을 맺어졌지만 휴면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 ACAU는 아시아 5개 건축도시관련학과의 ‘多者間 네트워크’ 형식으로 특정 대학이 사정에 따라 소극적으로 참여하더라도 지속성을 갖는 틀을 갖추었다. 2005년 서울시립대학교를 시작으로 매년 5개 도시를 번갈아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된다. 미국, 유럽, 아시아간에는 이러한 다자간의 교류가 많지만 아시아권에서는 ACAU가 최초이며 한국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둘째, 기존의 해외건축교류는 개별 건축물 중심, 더 나아가 건축가 중심의 교류였다. ACAU는 건축과 도시의 경계에 놓여있는 집합성, 일상성, 공공성에 초점을 둔 ‘學制間(interdisciplinary)' 교류의 성격을 지닌다. 건축을 중심으로 도시, 조경분야의 건축가, 교수, 연구자, 학생이 참여하는 형식을 띄게 된다. 서울시립대 건축학부는 1996년 도시과학대학에 편재된 이후 도시특성화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왔고 2003년 국제시범인증에서 교육목적을 대도시의 문제를 다루는 건축가양성을 교육목적으로 설정하여 당시 해외 실사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ACAU는 서울시립대학교에 국한되지 않고 건축과 도시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하는 서울의 타 대학, 건축가, 학자들에게 문을 열어 놓을 것이다.
셋째, 단기적으로는 스튜디오 중심의 학생교류로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수의 연구, 산업계의 진출을 병행하는 ‘학․연․산의 삼각축’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지난 해 서울에 온 참가대학 교수들은 디자인 스튜디오와 더불어 연구와 출판을 하자는 적극적 자세를 보였다. 또한 중국과 동남아 진출을 준비하는 건축산업계를 위하여 ACAU는 일종의 교두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건축가-설계, 학자-연구, 건설회사-시공‘의 정형화된 모형에 익숙해온 한국 건축계에 서울, 상해, 홍콩, 방콕, 싱가포르를 잇는 네크워크는 건축의 경계, 한국건축계의 외연을 아시아적 범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넷째, 앞의 세 가지 건축외적 측면보다 더욱 의미 있는 점은 우리 건축계를 지배했던 서구중심의 건축관, 미국의 효용주의적 도시관, 국가주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아시아 스스로의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한․중․일의 많은 교류는 식민지의 앙금, 민족적 자존심, 언어적 장벽 때문에 논의의 깊이를 더하지 못하거나 정형적 틀로 고착되는 경우가 많았다. ACAU는 극동아시아 3국의 틀에 동남아시아를 포함시켜 아시아적 범주를 넓히고자 했다. 특히 영국의 자본주의와 화교문화를 결합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참가는 ACAU를 자연스럽게 국제화의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유수한 대학으로부터 끊임없는 구애를 받아 자만심이 대단한 상해 동제대도 이러한 ‘아시아적 국제성’ 때문에 참가하기로 하였다.
최근 몇 년간 한국 건축계의 위기와 빈곤과는 대조로 해외 스타건축가들은 한국에서 지나친 대접을 받으면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가의 경계가 느슨해지는 글로벌시대에 이는 매우 자연스럽고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스타건축가의 진입은 우리 내부의 여과장치와 이와 상응하는 자생적 노력이 있을 때 건강성을 띌 수 있다. 스타 건축가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미디어를 통하여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그런데 이들 스타건축가들이 반열에 오르기 전에 반드시 거치는 곳이 대학이다. 해외의 대학은 이들을 초청하지만 우리처럼 일방적 예식을 치러 주지 않는다. 건축가들의 이론적 깊이, 이론과 작업의 일관성은 비판과 검증을 받는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을 초청하는 곳은 대학이 아니라 대부분 기업이며 초청 받은 스타건축가는 이미 상업성으로 과대하게 포장된 채 대중 앞에 선다. 이들이 뿌리는 정보는 일방향성일 수밖에 없고 이를 소화하지 못하는 학생과 건축인은 건축을 사조, 경향, 이미지의 변화로만 읽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서구의 일방향성은 안으로 웅크리는 것으로는 극복되지 않고 폐쇄성만 가중될 뿐이다. 건축의 질문의 단초는 이 땅에서 시작하되 그 외연은 국가적 울타리, 극동아시아적 울타리를 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아시아 대도시의 새로운 공공공간, The New Public Space in the Asian Metropolis>를 주제로 올해 7월 열리는 <2005 ACAU Seoul Workshop>이 작지만 의미 있는 출발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ACAU (Asian Coalition for Architecture and Urbanism)
POAR 사람과건축, March 2005 Vol.107, pp.124-125.
지난해 말 서울시립대학교에서는 싱가포르 국립대, 방콕의 어섬션대, 홍콩대, 상해 동제대등 5개교가 아시아건축도시연합 (약칭 ACAU: Asian Coalition for Architecture and Urbanism) 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창립 심포지엄을 개회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의 건축과 도시의 네트워크를 발족시켰다. ACAU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한국 건축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기존의 국내 건축대학과 해외대학의 교류는 양자간의 교류형식이 주류였다. 양자간의 관심과 이해가 일치할 경우 교류는 지속되지만 장기간에 걸쳐 쌍방이 새로운 주제를 끊임없이 설정하고 동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대학의 경우에도 문서상 협정을 맺어졌지만 휴면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 ACAU는 아시아 5개 건축도시관련학과의 ‘多者間 네트워크’ 형식으로 특정 대학이 사정에 따라 소극적으로 참여하더라도 지속성을 갖는 틀을 갖추었다. 2005년 서울시립대학교를 시작으로 매년 5개 도시를 번갈아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된다. 미국, 유럽, 아시아간에는 이러한 다자간의 교류가 많지만 아시아권에서는 ACAU가 최초이며 한국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둘째, 기존의 해외건축교류는 개별 건축물 중심, 더 나아가 건축가 중심의 교류였다. ACAU는 건축과 도시의 경계에 놓여있는 집합성, 일상성, 공공성에 초점을 둔 ‘學制間(interdisciplinary)' 교류의 성격을 지닌다. 건축을 중심으로 도시, 조경분야의 건축가, 교수, 연구자, 학생이 참여하는 형식을 띄게 된다. 서울시립대 건축학부는 1996년 도시과학대학에 편재된 이후 도시특성화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왔고 2003년 국제시범인증에서 교육목적을 대도시의 문제를 다루는 건축가양성을 교육목적으로 설정하여 당시 해외 실사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ACAU는 서울시립대학교에 국한되지 않고 건축과 도시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하는 서울의 타 대학, 건축가, 학자들에게 문을 열어 놓을 것이다.
셋째, 단기적으로는 스튜디오 중심의 학생교류로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수의 연구, 산업계의 진출을 병행하는 ‘학․연․산의 삼각축’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지난 해 서울에 온 참가대학 교수들은 디자인 스튜디오와 더불어 연구와 출판을 하자는 적극적 자세를 보였다. 또한 중국과 동남아 진출을 준비하는 건축산업계를 위하여 ACAU는 일종의 교두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건축가-설계, 학자-연구, 건설회사-시공‘의 정형화된 모형에 익숙해온 한국 건축계에 서울, 상해, 홍콩, 방콕, 싱가포르를 잇는 네크워크는 건축의 경계, 한국건축계의 외연을 아시아적 범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넷째, 앞의 세 가지 건축외적 측면보다 더욱 의미 있는 점은 우리 건축계를 지배했던 서구중심의 건축관, 미국의 효용주의적 도시관, 국가주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아시아 스스로의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한․중․일의 많은 교류는 식민지의 앙금, 민족적 자존심, 언어적 장벽 때문에 논의의 깊이를 더하지 못하거나 정형적 틀로 고착되는 경우가 많았다. ACAU는 극동아시아 3국의 틀에 동남아시아를 포함시켜 아시아적 범주를 넓히고자 했다. 특히 영국의 자본주의와 화교문화를 결합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참가는 ACAU를 자연스럽게 국제화의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유수한 대학으로부터 끊임없는 구애를 받아 자만심이 대단한 상해 동제대도 이러한 ‘아시아적 국제성’ 때문에 참가하기로 하였다.
최근 몇 년간 한국 건축계의 위기와 빈곤과는 대조로 해외 스타건축가들은 한국에서 지나친 대접을 받으면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가의 경계가 느슨해지는 글로벌시대에 이는 매우 자연스럽고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스타건축가의 진입은 우리 내부의 여과장치와 이와 상응하는 자생적 노력이 있을 때 건강성을 띌 수 있다. 스타 건축가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미디어를 통하여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그런데 이들 스타건축가들이 반열에 오르기 전에 반드시 거치는 곳이 대학이다. 해외의 대학은 이들을 초청하지만 우리처럼 일방적 예식을 치러 주지 않는다. 건축가들의 이론적 깊이, 이론과 작업의 일관성은 비판과 검증을 받는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을 초청하는 곳은 대학이 아니라 대부분 기업이며 초청 받은 스타건축가는 이미 상업성으로 과대하게 포장된 채 대중 앞에 선다. 이들이 뿌리는 정보는 일방향성일 수밖에 없고 이를 소화하지 못하는 학생과 건축인은 건축을 사조, 경향, 이미지의 변화로만 읽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서구의 일방향성은 안으로 웅크리는 것으로는 극복되지 않고 폐쇄성만 가중될 뿐이다. 건축의 질문의 단초는 이 땅에서 시작하되 그 외연은 국가적 울타리, 극동아시아적 울타리를 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아시아 대도시의 새로운 공공공간, The New Public Space in the Asian Metropolis>를 주제로 올해 7월 열리는 <2005 ACAU Seoul Workshop>이 작지만 의미 있는 출발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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