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형도 위의 아시아문화전당
Asian Culture Complex on the Cultural Topography
아시아 문화허브로 가는 길: 더 새로운 실크로드를 향하여
Asia Culture Complex International Workshop, Towards a Newer Silkroad
2010.5.29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
Keynote Speech : 김성홍
Session 1 : 미술관과 박물관, 전시의 새로운 미래
앤서니 셀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류학과 교수, 동대학교 인류학박물관
마리안 린트, 미국 바드칼리지 큐레이터학연구센터 디렉터, 동대학교 헤셀뮤지엄 관장
Session 2: 지역 네트워크와 문화산업
저스틴 오코너, 호주 퀸스랜드대학교 창의산업과 교수
구로다 라니지,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학예연구실장
Keynote Speech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2004년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발족과 함께 시작한 국책사업으로, 향후 2023년까지 계속되는 20년 국책사업으로 건국이래 최대의 단일 문화프로젝트다. 이 사업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아시아문화전당(ACC)는 연면적 17만 8천여 평방 미터로 국립중앙박물관, 예술의 전당, 그리고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보다 큰 메가 건축프로젝트이다. 국제건축가연맹(UIA)의 기준에 부합되는 국제건축설계경기의 공모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2005년 초부터 각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준비를 시작했고, 2005년 말 재미 건축가 우규승의 ‘빛의 숲 (Forest of Light)’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문화전당은 지역도시 광주에 위치하고 있지만 특별법으로 추진되는 국가적 차원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한국 근대현대사 측면에서도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지위를 갖고 있다. 문화전당의 신축공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데 곧 지하광장으로부터 길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문화전당의 5개원 중 문화창조원이 운영하게 될 복합전시관은 2005년 당시에는 멀티스페이스(Multi-Space)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첨단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인터액티브 R&D공간으로 그 기능이 설정되었었다. 설계안에 따르면 복합전시관은 3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며, 최고 높이 20미터, 면적은 6천 600평방 미터의 가변형 공간으로 콘텐츠의 테스트베드, 확장 및 실현, 그리고 새로운 전시기법의 실험공간 기능을 담고 있다. 현대미술관의 새로운 전형으로 손꼽히는 테이트모던의 터빈홀(Turbine Hall) 보다 높이는 낮지만 면적은 넓은 대공간이다.
그러나 건축설계 안이 구상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복합전시관은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와 문화현상을 담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포럼 위원들은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전시콘텐츠 및 운영 프로그램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왔다. 이번 국제워크숍은 지금까지 국내포럼에서 도출한 결과물을 일반에게 공개하고 해외 포럼위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로 기획하였다. 정기포럼은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른 일반적인 연구용역과 다르게 운영해왔다. 첫째, 연구팀이 연구를 주도하고, 문화인류학, 미술비평, 무용, 전시기획, 공공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위원들이 협력하는 다학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며, 둘째는 위원들은 제한적 조언자 이상의 적극적 참여자로서의 역할이 주어졌다는 점이다.
포럼위원들의 분야와 관점이 달랐지만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렴된 점이 있다면, 운영주체와 조직이 확정되지 않은 채 구체적인 전시콘텐츠를 제시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제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시공간은 기존의 지식을 관람자에게 전달하고 교육하는 곳이 아니라, 관객과의 소통을 통하여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고 확장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예술의 형식과 내용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학술적 접근으로 그 틀을 미리 가두는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 전시는 고도의 창작행위를 수반하며, 이는 기획자와 창작자의 고유한 영역임을 부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콘텐츠의 성격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당위성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딜레마의 절충지점을 포착하는 것이 포럼 위원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점에서 포럼은 이미 논의된 수 많은 사례와 논쟁점을 연역적 사고의 틀로 꿰는 전개방식을 취해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4차 포럼에서 벽에 부딪쳐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연구팀이 준비한 훌륭한 키워드 맵이 그 동안 축적한 논의의 깊이와 폭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만족스러우면서도, 이를 몇 개의 전시주제로 축약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구팀은 이 난관을 ‘도시의 길’이라는 주제로 엮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 ‘길’은 관념적, 실증적, 사회학적 의미를 포괄하는 중의적이고 은유적 의미를 띄고 있어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담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하겠다.
길은 좁은 의미에서 물질화된 실증주의적 공간이다. 지적정보시스템(GIS)과 같은 기술로 객관화, 계량화할 수 있는 대상이다. 길은 재현(representation)의 공간이기도 하다. 근대주의 거장 건축가들은 도시와 길을 개인적 생각의 실험장으로 보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길은 삶의 공간이며 사회적 장이다. 예술가들이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집합적 문화가 재현된 현장이다. ‘도시의 길’이 물리적 실체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철학, 도시과학, 미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의 학문분야와 공유하는 지점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길을 다룬 학술영역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복합전시관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생산자가 수용자에게 일 방향으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양자 모두가 적극적 참여자가 되는 쌍방향성 생성의 공간이다. 기존의 박물관, 미술관, 비엔날레전시장과 다르고, 상업적 컨벤션센터도 아닌 새로운 문화공장(Culture Factory)을 지향하고 있다. 한편으로 복합전시관은 ‘아시아성과 광주의 지역성을 담는 글로컬한 문화공간,’ ‘아시아 문화의 허브,’ ‘도시문화의 혼성과 중첩이 빚어내는 문화생성의 장,’ ‘근대성을 극복하는 상징’ 등의 광주와 아시아의 정체성을 담아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숙제도 안고 있다.
그렇다면 복합전시관의 조직과 운영체계가 확정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된다. 5차 및 6차 포럼에서는 ‘도시의 길’이라는 큰 우산 아래에서 각 위원들이 세부 주제를 논의하는 기회를 가졌다. ‘바다와 항로,’ ‘실크로드,’ ‘판자촌 프로젝트,’ ‘서브컬처 프로젝트,’ ‘길과 춤’ ‘도시의 이방공간,’ 등 다양한 층위의 세부 주제가 제시되었다.
오늘 국제워크숍은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다른 시각에서 되돌아 보고, 앞으로 남은 짧은 기간 동안 마무리 해야 할 일을 점검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첫째, 세계의 거시적인 문화예술 지형도에서 ‘복합전시관’이 어떤 자리에 서는 것이 적합한지를 되 짚어보았으면 한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넘어서는 신 개념의 복합문화공간이 가능한가? 그러기 위해서 현 시점에서 최우선의 과제는 무엇인가? 유사한 해외의 모델이 있는가? 있다면 차이점과 공통점은 무엇인가?
둘째, 복합전시관의 전시주제로서의 ‘도시의 길’의 가능성과 한계를 조명했으면 한다. 길에 관한 학제적 학술네트워크와 문화창작자들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연결하고 중첩할 수 있을까? 구체적 사례가 있다면 예시할 수 있는가?
셋째, 전시 콘텐츠보다 중요한 것은 창작과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자율성’이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보다 ‘누가 만들어 갈 것인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향후 조직과 운영은 어떤 형태가 가장 바람직한가?
마지막으로 짧은 여정이었지만 광주와 문화전당의 공사현장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 연구가 귀납적으로 결과를 도출하기보다는 연역적으로 진행되어 왔듯이, 지금 논리적 머리보다는 직관적 가슴이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른다.
워크숍을 하고 있는 이 곳은 프랑스의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2004년 건축설계경기에 당선되어 지은 건물이다. 복합전시관과 흡사하게 땅의 기억을 살리고자 건물이 지하로 내려와 있다. 경기에 참여했던 세 명의 건축가인 도미니크 페로, 자하 하디드(Zaha Hadid),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 (Alejandro Zaera-Polo) 와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순간에 이 대학의 대강당에서 긴장되고 어색한 토론을 진행했던 기억이 새롭다. 나는 토론회에 오고 간 이야기를 ‘현대건축의 지형도, A Topographic Map of Contemporary Architecture’이라는 제목으로 묶어 기고했었다. 그들의 작업 속에서 흐르는 공통분모와 차이점을 거시적인 현대건축의 지형도에서 찾고자 했었다. 오늘 이 워크숍에서도 현대건축이라는 큰 지형도 위에서 아시아문화전당의 복합전시관이 서게 될 지점을 조명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김성홍
Asian Culture Complex on the Cultural Topography
아시아 문화허브로 가는 길: 더 새로운 실크로드를 향하여
Asia Culture Complex International Workshop, Towards a Newer Silkroad
2010.5.29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
Keynote Speech : 김성홍
Session 1 : 미술관과 박물관, 전시의 새로운 미래
앤서니 셀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류학과 교수, 동대학교 인류학박물관
마리안 린트, 미국 바드칼리지 큐레이터학연구센터 디렉터, 동대학교 헤셀뮤지엄 관장
Session 2: 지역 네트워크와 문화산업
저스틴 오코너, 호주 퀸스랜드대학교 창의산업과 교수
구로다 라니지,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학예연구실장
Keynote Speech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2004년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발족과 함께 시작한 국책사업으로, 향후 2023년까지 계속되는 20년 국책사업으로 건국이래 최대의 단일 문화프로젝트다. 이 사업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아시아문화전당(ACC)는 연면적 17만 8천여 평방 미터로 국립중앙박물관, 예술의 전당, 그리고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보다 큰 메가 건축프로젝트이다. 국제건축가연맹(UIA)의 기준에 부합되는 국제건축설계경기의 공모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2005년 초부터 각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준비를 시작했고, 2005년 말 재미 건축가 우규승의 ‘빛의 숲 (Forest of Light)’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문화전당은 지역도시 광주에 위치하고 있지만 특별법으로 추진되는 국가적 차원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한국 근대현대사 측면에서도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지위를 갖고 있다. 문화전당의 신축공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데 곧 지하광장으로부터 길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문화전당의 5개원 중 문화창조원이 운영하게 될 복합전시관은 2005년 당시에는 멀티스페이스(Multi-Space)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첨단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인터액티브 R&D공간으로 그 기능이 설정되었었다. 설계안에 따르면 복합전시관은 3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며, 최고 높이 20미터, 면적은 6천 600평방 미터의 가변형 공간으로 콘텐츠의 테스트베드, 확장 및 실현, 그리고 새로운 전시기법의 실험공간 기능을 담고 있다. 현대미술관의 새로운 전형으로 손꼽히는 테이트모던의 터빈홀(Turbine Hall) 보다 높이는 낮지만 면적은 넓은 대공간이다.
그러나 건축설계 안이 구상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복합전시관은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와 문화현상을 담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포럼 위원들은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전시콘텐츠 및 운영 프로그램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왔다. 이번 국제워크숍은 지금까지 국내포럼에서 도출한 결과물을 일반에게 공개하고 해외 포럼위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로 기획하였다. 정기포럼은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른 일반적인 연구용역과 다르게 운영해왔다. 첫째, 연구팀이 연구를 주도하고, 문화인류학, 미술비평, 무용, 전시기획, 공공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위원들이 협력하는 다학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며, 둘째는 위원들은 제한적 조언자 이상의 적극적 참여자로서의 역할이 주어졌다는 점이다.
포럼위원들의 분야와 관점이 달랐지만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렴된 점이 있다면, 운영주체와 조직이 확정되지 않은 채 구체적인 전시콘텐츠를 제시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제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시공간은 기존의 지식을 관람자에게 전달하고 교육하는 곳이 아니라, 관객과의 소통을 통하여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고 확장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예술의 형식과 내용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학술적 접근으로 그 틀을 미리 가두는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 전시는 고도의 창작행위를 수반하며, 이는 기획자와 창작자의 고유한 영역임을 부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콘텐츠의 성격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당위성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딜레마의 절충지점을 포착하는 것이 포럼 위원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점에서 포럼은 이미 논의된 수 많은 사례와 논쟁점을 연역적 사고의 틀로 꿰는 전개방식을 취해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4차 포럼에서 벽에 부딪쳐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연구팀이 준비한 훌륭한 키워드 맵이 그 동안 축적한 논의의 깊이와 폭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만족스러우면서도, 이를 몇 개의 전시주제로 축약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구팀은 이 난관을 ‘도시의 길’이라는 주제로 엮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 ‘길’은 관념적, 실증적, 사회학적 의미를 포괄하는 중의적이고 은유적 의미를 띄고 있어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담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하겠다.
길은 좁은 의미에서 물질화된 실증주의적 공간이다. 지적정보시스템(GIS)과 같은 기술로 객관화, 계량화할 수 있는 대상이다. 길은 재현(representation)의 공간이기도 하다. 근대주의 거장 건축가들은 도시와 길을 개인적 생각의 실험장으로 보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길은 삶의 공간이며 사회적 장이다. 예술가들이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집합적 문화가 재현된 현장이다. ‘도시의 길’이 물리적 실체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철학, 도시과학, 미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의 학문분야와 공유하는 지점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길을 다룬 학술영역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복합전시관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생산자가 수용자에게 일 방향으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양자 모두가 적극적 참여자가 되는 쌍방향성 생성의 공간이다. 기존의 박물관, 미술관, 비엔날레전시장과 다르고, 상업적 컨벤션센터도 아닌 새로운 문화공장(Culture Factory)을 지향하고 있다. 한편으로 복합전시관은 ‘아시아성과 광주의 지역성을 담는 글로컬한 문화공간,’ ‘아시아 문화의 허브,’ ‘도시문화의 혼성과 중첩이 빚어내는 문화생성의 장,’ ‘근대성을 극복하는 상징’ 등의 광주와 아시아의 정체성을 담아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숙제도 안고 있다.
그렇다면 복합전시관의 조직과 운영체계가 확정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된다. 5차 및 6차 포럼에서는 ‘도시의 길’이라는 큰 우산 아래에서 각 위원들이 세부 주제를 논의하는 기회를 가졌다. ‘바다와 항로,’ ‘실크로드,’ ‘판자촌 프로젝트,’ ‘서브컬처 프로젝트,’ ‘길과 춤’ ‘도시의 이방공간,’ 등 다양한 층위의 세부 주제가 제시되었다.
오늘 국제워크숍은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다른 시각에서 되돌아 보고, 앞으로 남은 짧은 기간 동안 마무리 해야 할 일을 점검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첫째, 세계의 거시적인 문화예술 지형도에서 ‘복합전시관’이 어떤 자리에 서는 것이 적합한지를 되 짚어보았으면 한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넘어서는 신 개념의 복합문화공간이 가능한가? 그러기 위해서 현 시점에서 최우선의 과제는 무엇인가? 유사한 해외의 모델이 있는가? 있다면 차이점과 공통점은 무엇인가?
둘째, 복합전시관의 전시주제로서의 ‘도시의 길’의 가능성과 한계를 조명했으면 한다. 길에 관한 학제적 학술네트워크와 문화창작자들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연결하고 중첩할 수 있을까? 구체적 사례가 있다면 예시할 수 있는가?
셋째, 전시 콘텐츠보다 중요한 것은 창작과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자율성’이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보다 ‘누가 만들어 갈 것인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향후 조직과 운영은 어떤 형태가 가장 바람직한가?
마지막으로 짧은 여정이었지만 광주와 문화전당의 공사현장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 연구가 귀납적으로 결과를 도출하기보다는 연역적으로 진행되어 왔듯이, 지금 논리적 머리보다는 직관적 가슴이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른다.
워크숍을 하고 있는 이 곳은 프랑스의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2004년 건축설계경기에 당선되어 지은 건물이다. 복합전시관과 흡사하게 땅의 기억을 살리고자 건물이 지하로 내려와 있다. 경기에 참여했던 세 명의 건축가인 도미니크 페로, 자하 하디드(Zaha Hadid),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 (Alejandro Zaera-Polo) 와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순간에 이 대학의 대강당에서 긴장되고 어색한 토론을 진행했던 기억이 새롭다. 나는 토론회에 오고 간 이야기를 ‘현대건축의 지형도, A Topographic Map of Contemporary Architecture’이라는 제목으로 묶어 기고했었다. 그들의 작업 속에서 흐르는 공통분모와 차이점을 거시적인 현대건축의 지형도에서 찾고자 했었다. 오늘 이 워크숍에서도 현대건축이라는 큰 지형도 위에서 아시아문화전당의 복합전시관이 서게 될 지점을 조명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김성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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