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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건축의 모폴로지 이론과 건축설계 (2004.12)

근현대건축의 모폴로지 이론과 건축설계
建築歷史硏究, 2004.12, 제13권 4호 통권40호, pp.89-105.

김성홍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1. 머리글

유럽연합(EU)이 출범한 1990년 중반 이후 유럽건축계를 중심으로 건축과 타 분야와의 경계가 허물어지거나 접목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건축가가 도시설계를 하거나, 조경가가 전통적으로 건축재료로 분류되었던 인공재를 이용하여 외부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국제건축전도 개별 건축물의 디자인보다는 집합적 도시건축과 문화현상을 주제로 다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人工과 自然, 絶對와 狀況, 合理와 有機를 이분법적으로 갈랐던 서구철학과 전통, 미학적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과 같은 건축내적 동인도 있지만 산업구조의 재편, 도시간의 경쟁, 정보화와 글로벌화, 이에 수반되는 건축과 도시공간의 비확정성과 같은 정치, 경제, 사회적 동인이 깊게 작용하고 있다. 철학, 언어학, 미학과 깊은 관계를 맺어 왔던 건축이론이 경제학, 지리학, 사회학과 가까운 도시이론과 접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形態, 形式, 樣式을 형이상학적, 시지각적으로 認識, 知覺하는 문제에서 건축 ‘프로그램’의 재조명, 일상건축의 연구, 건축, 도시, 조경의 결합 등의 문제로 이론과 설계가 다변화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러한 건축외적 변화는 ‘건축설계’를 주어진 조건과 요구를 충족하는 최적해를 제시하거나 형태, 공간, 구법의 자율적 원리를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한정하지 않고 건축도시 문제를 연구, 기획, 계획하는 영역으로 확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건축공간과 도시공간을 접목하는 이론과 방법론이 건축설계의 새로운 영역정립을 위해 필요한 분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1940년대 이후 유럽과 북미의 지리, 도시, 건축계에서 논의되었던 ‘모폴로지 (morphology)’ 와 ‘타이폴로지(typology)’는 건축도시공간의 특징과 관계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재조명이 필요한 분야이다. 두 이론은 공간을 미학의 대상보다는 ‘삶의 공간’, ‘사회문화의 장소’로 보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두 이론은 실제 건축가들의 연구와 설계에 적용되거나 비평의 틀로서 사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내에서 ‘타이폴로지’를 건축형태를 구성적, 양식적으로 분류하는 ‘類型學’으로 이해해왔던 반면 ‘모폴로지’는 타 분야의 생소한 개념으로 간주하여 깊게 다루지 못했다. 특히 도시학과 건축학의 단절이 서구보다 두드러지는 국내에서 모폴로지는 건축설계와 무관한 이론으로 간과되어 왔다. 그러나 모폴로지와 타이폴로지는 유럽과 북미의 특수한 이론이 아니라 건축도시 설계를 위한 틀과 도구로서의 당위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

이 논문은 모폴로지와 타이폴로지 이론의 변화와 건축설계와의 연관성을 고찰하는 문헌연구로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첫째, 194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영국과 미국의 지리학, 도시학, 건축학계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모폴로지 이론과 배경, 건축설계에 적용된 사례를 조명하였다. 둘째, 이태리 건축계에서 시작된 타이폴로지(이하 類型學) 이론과 설계, 이에 대한 영미권의 논쟁을 고찰하였다. 셋째, 도시적 모폴로지와 건축적 유형학을 포괄하는 대안으로서의 제3의 건축도시 모폴로지를 제시하였다. 넷째, 국내 건축도시 연구의 성과, 경향, 문제점을 논의하고 변화하는 한국도시에서의 모폴로지 연구와 건축설계와의 연계 필요성을 논의하였다.

2. 모폴로지 이론의 등장

영어의 모폴로지(morphology)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로 거슬러 올라간다. 형태(form)를 의미하는 모르페(morfe)와 논리를 의미하는 로고스(logos)를 합성한 단어로 형태논리 혹은 법칙을 의미한다. 모폴로지는 생물의 형태와 구조를 다루는 생물학, 어형변화, 파생어, 복합어 등의 규칙을 다루는 언어학, 지형의 구조적 특징을 다루는 지형학, 최근의 디지털이미지 이론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공통점은 드러난 형태가 아니라 형태에 내재하는 구조적 특징이나 원리를 연구한다는 점이다. 이 연구에서 다루는 모폴로지는 광역적 도시공간구조를 다루는 지리학적 접근과 미시적 건축공간구조를 다루는 건축도시 접근으로 대별된다. 일반적으로 건축 내부공간으로 근접할수록 유형학, 도시 외부공간으로 확장할수록 모폴로지를 사용하고 있으나, 도시와 건축을 하나의 연속된 유기체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두 개념은 공통점이 있다.

모폴로지는 1960년대에 영국의 지리학계를 중심으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었으나 진원지는 19세기 말 독일의 도시지리학이다. 이를 영어권으로 전파하여 도시 모폴로지의 기반을 다진 사람이 콘젠(M.R.G. Conzen)이다. 독일에서 지리학자로서 교육을 받은 콘젠은 영국으로 건너가 도시설계를 수행했다. 2차 대전 후인 1940년대 후반부터 콘젠은 영국 동북부 지방의 소도읍을 필지별로 조사하고 특성에 따라 분류하는 연구하고 그 경험을 도시설계에 적용했다. 콘젠의 연구는 도시를 역사를 지닌 인공건조물의 합성체로 인식함으로써 도시건축 보존의 이론적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특히 건축평면과 도시공간을 합성한 콘젠의 ‘도시평면(town plan)'은 거시적공간과 미시적공간을 이론적으로 연결하였을 뿐만 아니라 건축설계와 도시설계의 결합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콘젠은 도시평면, 건축형태, 토지이용 등 세 요소를 도시경관을 형성하는 최소단위로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광역적 도시위계를 구분했다. 콘젠의 이론은 문헌조사와 도시평면분석을 결합함으로써 역사도시연구 뿐만 아니라 계획, 설계, 관리의 방법론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현재 영국의 도시지리학 모폴로지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콘젠의 이론을 근간으로 한다.

한편 독일에서는 20세기 초부터 독자적 모폴로지 지리학을 발전시키면서 영국의 학자들과 교류하였다. 그러나 영어권과 독일어권의 교류에 비해 영어권 이태리어권의 모폴로지 학자들의 교류는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예외적으로 건축공간과 도시조직이 유기적으로 결합, 변형되는 과정을 추적한 이태리의 무라토리(S. Muratori)나 카니지아(G. Caniggia)의 도시연구는 영미권 학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불란서에도 영어, 독어, 이태리어의 연구논문이 번역되었으나 타 언어권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최근 19세기 이후 유럽의 블록형 도시형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파네라이 등의 연구가 영어로 출간되어 주목을 받았다. 콘젠의 연구가 지금까지 모폴로지 연구에 지속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콘젠학파의 학제간 교류가 다른 언어권에 비해 활발한 것도 주요한 원인이었다. 현재 영국 도시지리학계는 콘젠을 독일의 지리학계보에서 분리하여 영국의 도시 모폴로지의 시조로 간주한다.

그림 : 영국 소도시 단독주택지의 개발에 관한
콘젠학파의 연구도면 (출처: Whitehand et al. p.256)

1980년대 후반 비엔나 대학을 중심으로 유럽 각국의 학자들은 기술과 사회변화에 따르는 도시개발과 혁신이라는 주제로 우르비노 프로젝트 (Urbinno Project)를 결성하고 1992년까지 매년 모폴로지 학술회의를 가졌다. 이 연구는 국가와 도시특성에 따라 연구대상범위를 광역도시에서 필지와 개별건축물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연구내용도 인구, 밀도, 토지이용, 도로구조, 교통, 도시제도 및 정책, 삶의 양식, 건축물 등의 특징, 변화과정, 변화의 요인을 분석하고 도시계획 조절수단을 제시 등 다양하였다. 지속적 연구로 발전되지는 못했지만 국가와 학문분야의 경계를 넘는 다국적, 학제간연구의 중요한 선례였다.

미국에서는 유럽의 영향권 밖에서 독자적 모폴로지를 발전시켰다. 버클리대학 중심의 모폴로지연구는 미국도시의 특성을 반영하여 밀도 높은 도심경관보다는 교외경관에 초점을 두었다. 1920년대 이후 미국 주거지의 가로, 필지, 건물유형의 변화를 추적한 무동의 연구는 콘젠학파와 궤도는 같이하면서도 블록형 유럽도시조직과 다른 저밀도의 도시특성 다루었다. 무동의 연구는 도시조직을 결정하는 도시설계와 건축의 내외부 공간을 형성하는 건축설계의 경계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건축도시 설계지침을 수립하는 데에 직접적 기여를 하였다. 196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의 도시학과 지리학계는 도시형태보다 토지이용패턴을 초점을 맞춘 정량적 연구가 주종을 이루면서 콘젠류의 연구가 자리 잡지 못했다. 특히 도시지리정보 (GIS) 를 결합한 실용적 연구가 도시연구의 중심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전통적 모폴로지는 점차 퇴조했다.

그림2: 무동(A.V. Moudon)에 의한 모폴로지 연구도면 (출처: Whitehand et al. p.182)

콘젠학파가 1960년대 이후 영국 버빙햄대학 지리학과를 주축으로 활동했다면 1980년대 런던대에서는 지리학 이론과 전혀 다른 ‘공간구문론(space syntax)’을 정립시켰다. 공간구문론은 도시와 건축공간을 하나의 망상조직으로 간주하고 단위조직과 전제조직의 위상학적 관계를 수학적 지표로 환산하는 이론이다.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도시공간의 구조적 관계성을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공간구문론은 모폴로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건축도시공간의 위상학적 지표와 보행밀도와 함수관계를 밝혀낸 공간구문론은 도시 및 건축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응용단계까지 발전했다. 공간구문론은 매우 간단한 수학적 논리로 건축도시공간의 복합성에 내재한 사회공간논리를 분석하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응용으로 전환되면서, 역사문화적 특수성, 공간의 기하학적 특징, 건축구법과 재료 등 인공건조물의 복합성을 소거하고 동일한 연구방법을 반복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국내에도 공간구문론 논문이 다수 발표되었으나 한국의 건축도시 문맥에 맞도록 변용된 이론으로 심화되지는 못했다. 공간구문론이 계량적 환원주의라는 본질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계에 기여하고 것은 다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시지각적 주관적 판단에 의존해온 공간해석의 대안으로 단위공간간의 관계, 즉 모폴로지를 분석하는 구체적이고 논증가능한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서 학제간연구와 비교문화연구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둘째, 공간구문론의 초기단계에서 뒤르카임의 사회연대이론, 소쉬르의 언어이론, 피아제와 위상이론,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인류학 등 풍부한 사회공간론과 건축도시공간론을 연계했다는 점이다. 최근의 공간구문론 연구의 문제점은 바로 이러한 이론의 다양성을 현실공간의 문제와 접목하지 못하는 데 있다.

이 점에서 공간을 사회구조의 은유로 보는 공간구문론과 같은 관점으로 근대건축역사를 조명한 마커스의 연구가 돋보인다. 그는 이상주의적 예술론을 비판하고 형성, 교정, 지식, 생산과 같은 비형태적 범주로 근대건축을 분류하고 공간과 권력과의 함수를 연구하였다. 역사연구들 통해 마커스는 기능주의를 반박하고 공간과 구조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구체적 기능이 부과되기 이전에 공간관계만으로 형성되는 보편적 기능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마커스의 연구는 근대건축을 극장, 도서관, 미술관, 병원, 감옥, 호텔, 역사와 같은 시설(facility)로 유형화한 페브스너의 연구와 차별된다. 건축역사연구에 모폴로지를 도입한 에반스의 연구도 공간구문론과 마커스의 연구와 공통점이 있다. 에반스는 복도와 매트릭스라는 두개의 단순한 모폴로지를 비교하여 르네상스에서 근대에 이르는 삶의 방식과 평면유형의 변화를 추적했다. 에반스의 연구는 계량적 분석 대신 소설, 기록문헌, 회화 등 역사자료를 통해 평면에 숨겨진 사회문화적 풍경을 풍부하게 그려냈다. 에반스의 연구방법론은 특정건축가의 생애를 다루는 ‘작가론’이나, 건축역사를 시기별로 나누는 ‘연대기적 역사연구방법’을 탈피한 공시적 연구방법으로 현대의 건축가들에게도 새로운 역사관을 열어준다. 콘젠학파가 ‘지구-가구-필지-건물’을, 공간구문론이 ‘凸面(convex space)’을 모폴로지 단위로 설정하는 것과 달리 에반스는 ‘복도’와 ‘매트릭스’라는 모폴로지 결합방식을 해석함으로써 도시와 건축의 접목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960년대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한 모폴로지 연구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도로구조, 토지이용유형, 가구, 필지, 건물을 모폴로지의 기본단위로 보는 도시지리학의 관점과, 대상범위와 관계없이 동일한 모폴로지 단위를 미시적 단계에서 거시적 단계까지 적용하는 건축도시적 접근으로 구별된다. 둘째, 개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폴로지는 물리적 특징, 변화과정과 요인을 분석하여 도시 및 건축설계에 적용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려고 하였다. 셋째, 모폴로지는 국가와 언어의 차이를 넘는 비교문화적 경향과 다양한 학문분야의 경계를 넘는 학제간(interdisciplinary) 성격을 띤다.

도시 모폴로지는 건축물을 건축가가 창작한 순수한 예술품이라고 보는 ‘작가론’이나, 기능과 기술에 의해 건축공간과 형태가 결정된다고 보는 ‘기능주의,’ ‘기술효용주의’에 갇혔던 건축설계 영역을 도시공간의 차원으로 전환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앞에서 논의한 모폴로지는 학술적 연구로 시작되었지만, 대부분 이론과 실무를 연결하려는 꾸준한 시도를 하였다. 그러나 도시 모폴로지는 건축설계를 위한 이론과 방법론으로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가로, 블록, 필지, 건물로 이어지는 도시-건축적 관점은 도시조직이 건축공간구조를 규정한다는 도시결정론적, 귀납적 관점으로 왜곡될 수 있다. 콘젠학파를 비롯한 대부분의 모폴로지 연구가 주거건축과 같은 지속적 건축물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이러한 전제가 유효했지만 도시조직이 불규칙하거나 건축물이 대형화, 복합화되는 경우 도시-건축적 모폴로지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밖에서 안으로서의 접근과 병행하여 안에서 밖으로의 건축-도시적 유형학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3. 모더니즘과 유형학의 변화

도시 모폴로지에 비해 건축 유형학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고대 로마의 비트루비우스는 건축을 종교, 공공, 주거건축으로 나누고 건축설계 실무지식과 방법론을 제시했다. 15세기 알베르티 역시 비트루비우스의 이론을 재정리한 건축십서에서 건축을 종교, 공공, 주거로 대별하고 이를 다시 교회, 바실리카, 재판소, 성직자집회소, 원로원, 포럼, 시장, 극장, 서커스, 목욕장, 도시주택, 빌라로 세분화했다. 두 이론서는 公-私, 聖-俗, 都-農등의 범주로 건물을 분류하고 이에 필요한 디자인과 기술을 제시하는 교본서였다. 또한 도시-광장을 주택-중정 관계와 비유하여 유형학의 범위를 건축에서 도시로 확장시켰다. 그러나 비례와 모듈과 같은 공간구성과 구축기술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이를 현대유형학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유형학의 본격적 논의는 모더니즘이 정점에서 하강하는 1960년대로 아르간(G. C. Argan), 아이모니노(C. Aymonino), 로시(A. Rossi) 등의 이태리의 학자와 건축가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 후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 영미권의 건축계에 유형학은 주요한 논제로 등장하였다. 비들러(A. Vidler), 모네오(R. Moneo), 크리어(R. Krier), 웅거스(O.M. Ungers) 콜훈(A. Colquhoun), 반디니(M. Bandini)와 같은 영미, 이태리, 독일계의 학자와 건축가들이 유형학 이론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이를 건축설계에 적용하려고 했다. 1960년대 이후의 이러한 포괄적 담론과 활동을 이 연구에서는 현대유형학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현대유형학의 뿌리는 18세기 이후의 불란서의 건축론이다. 비들러는 18세기후반 건축에 대한 상반된 관점이 있었다고 보았다. 첫째는 상황과 조건과 관계없이 건축에는 완전하고 이상적인 유형(type)이 존재한다고 믿는 ‘네오플라토니즘’이다. 유형은 인간의 경험에 앞서 존재하는 아프리오리(a priori)로 순수한 기하학으로 표현된다. 둘째는 건축은 사회의 요구조건을 담기 때문에 이상적 유형은 있을 수 없으며 경험적 산물인 아포스테리오리(a posteriori)이라는 관점이다. 이 경우 건축은 순수한 기하학의 문제가 아니라 기능, 효용, 기술의 문제가 된다. 네오플라토니즘을 신고전주의 건축에 적용하고자 했던 18세기 이론가 껭시(Q. Quincy)는 유형을 형태자체가 아니라 형태에 숨어있는 ‘논리’로 보았다. 유형이 기계적 模寫가 아니라 이성(reason)과 용도(use)와 연관된 내재적 논리라는 껭시의 관점은 현대 유형학의 근간이 된다. 반면 에꼴데보자르에 영향을 준 프랑스의 대표적 건축이론가가 듀랑(J. N. L. Durand)은 건축의 목적을 자연의 법칙이나 미의 원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과 ‘배치’에 있다고 보았다. 기둥, 벽, 천장 등의 요소로 분해하고 이를 다시 재결합하는 것이 건축설계의 과정이라고 보았다. 기본 요소들은 결합되어 현관, 계단, 중정과 같은 좀 더 복잡한 수준의 요소로 발전되고 프로그램에 따라 건축장르를 생산해 낸다. 껭시의 유형이 아프리오리라면 듀랑의 장르는 아포스테리오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듀랑은 산업혁명을 이후 사회가 요구하는 크고 복잡한 프로그램, 대량생산을 충족하는 사전식 설계교본을 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건축을 구성의 문제로 격하시켰다. 18세기 이후 유형은 프로그램이 공간구조로 전환된 일종의 빠르띠(parti)로 인식되어 왔다.

1960년대 이태리 신합리주의 유형학은 계몽주의 이후 건축론과 도시론의 비판과 반성에서 출발한다. 건축을 효용을 충족하는 대량생산품으로 보는 19세기말 이후의 기계론자들, 건축을 독립적 오브제, 건축행위를 작가주의의 표현, 특정이데올로기나 예술관점의 표현으로 보는 근대주의자들, 건축을 대중의 소비대상으로 보는 절충주의자들, 도시를 개조할 있다고 믿었던 유토피아주의자들을 모두 비판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반근대주의자들이었다. 로시, 아이모니노와 같은 신합리론자들의 주장은 유형은 상황과 조건에 무관하게 내려오는 아프리오리도, 기능과 효용과 같은 조건이 만들어내는 기계적 아포스테리오리도 아니라는 것이다. 유형학은 변증법적으로 이 둘을 수용하며 그 단초는 도시의 연속성과 역사성에서 시작된다. 로시는 근대주의 이후 유형학 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작품화한 소수의 건축가 중의 한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건축설계가 지적작업임을 보여주면서도 건축을 개인의 영역에서 공공영역으로 끌어냈다. 로시에게 도시는 기억의 창고이며 건축가의 역할은 기억의 창고에서 집단적 기억을 추출하여 자신의 건축언어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그는 기능주의를 반박하고 역사에 내재하는 유형과 현실의 요구조건을 결합하여 단순한 기하학적 건축언어로 구현했다.

신합리주의의 최대의 성과는 도시 모폴로지와 건축 유형학을 결합하여 설계에 적용한 것이라고 이태리 출신학자 반디니는 평가했다. 비들러는 이것을 아프리오리로서의 제1의 유형학, 아포스테리오리로서의 제2의 유형학과 차별되는 제3의 유형학라고 불렀다. 그러나 제3의 유형학은 낭만적 회고나 신비화가 아니라 현재에 존재하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것들을 찾아내고 새로운 맥락에서 이를 재결합하는 것이었다. 도시공간을 사각형, 원형, 삼각형의 유형학의 단위로 나누고 이를 분절, 가감, 중첩, 변형하는 것을 설계방법론으로 보았던 탈근대주의 유형학과는 동기부터 달랐다. 탈근대주의자들은 현대사회의 요구를 충족하는 변화된 도시보다는 보수적 문화계층을 대변하여 복고적 미학에 준거하여 과거의 도시를 재생산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점에서 신합리주의 이론과 실험은 근대적 유토피아나 탈근대주의와는 다른 도시건축을 통한 사회정치적 운동의 하나였다.

이태리 신합리주의 건축가들에게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사람은 아르간(G. C. Argan)이다. 개별건물보다 집합적 건물군에서 발견되는 추상적 동질성을 유형으로 보는 껭시의 이론을 견지하면서도 플라토니즘을 배제하고 보다 실용적으로 개념을 수정했다. 또한 듀랑의 기계적 장르개념은 배제하되 기하학적 구성원리를 수용했다. 껭시의 아프리오리와 듀랑의 아포스테리오리를 모두 취하는 ‘실행적 유형학’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아르간은 유형을 분석의 단계와 생성의 단계로 구분하고 두 단계가 은유와 같은 지적작업을 통해 전환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점은 분석과정과 설계과정이 곧바로 연결된다고 보았던 당시의 순진한 디자인방법론과 차별된다. 그렇다면 신합리주의자들이 표방했던 유형학적 설계방법론은 어떤 이유에서 1970년대 이후 영미권 담론의 중심에서 멀어졌을까? 1960년대는 근대주의 거장건축가들이 하강하는 시대였지만 그들의 건축관은 이미 건축계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근대주의는 비역사적, 반고전적, 변화지향적 전제에서 새로운 건축언어를 추구했기 때문에 연속성과 반복성을 중시하는 유형학은 배척될 수밖에 없었다. 고전주의, 절충주의 동의어였던 유형을 지우고 백지상태(tabula rasa)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인간행위와 무관한 ‘보편적 공간,’ ‘관념적 공간’을 설계했던 미스에게 유형은 시대정신을 따르지 못하고 창작을 억제하는 고착된 형태로 비춰졌을 것이다. 건축을 유일한 현상, 독립적 개체, 대량생산을 전제한 기본형(prototype)으로 보았던 꼬르뷔제에게도 유형학은 건축을 읽는 집합적 분석도구라기보다는 개인적 창작도구였다. 알토를 포함한 북구의 건축가들은 대륙의 주류 모더니즘의 흐름에 동참하면서도 지역성과 공공건축의 역사적 유형을 건축화하는 작업을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당시 이들의 건축은 고전성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거나 절충한 지역적 건축으로 저평가되었다.

시각예술과 밀월관계를 가졌던 아방가르드의 반대편에는 기능과 공간의 인과관계를 신봉하는 기능주의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기능주의의 확산은 유형학의 퇴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유형학이 건축설계를 동질적 구조를 재구성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기능주의는 건축설계를 유일하고 독자적 해법으로 보는 근본적 차이가 있었다. 건축기술의 발전은 유형학의 쇠퇴의 또 다른 원인이었다. 구조, 재료, 구축법이 지속되었던 과거에는 형태와 공간형식도 지속성을 갖고 있었다. 근대주의 운동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던 유럽각국과 이를 뒤늦게 수용했던 미국의 사회, 문화, 정치적 맥락에서도 유형학의 퇴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건축가들의 근대주의 활동은 대륙에서 시작되었으나 1, 2차 대전을 겪으면서 학술적 논의는 영어권으로 옮아갔다. 그 결과 근대주의의 이론과 활동은 영어권에서 확대, 재생산, 전파되는 양상을 반복하게 된다. 페브스너, 밴험, 히치콕의 영미학자들 뿐만 아니라 스위스출신 기디온의 저서도 영어로 먼저 출간되었고, 꼬르뷔제의 ‘건축의 향하여’ 역시 영어로 번역된 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194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영국의 지리학 모폴로지 연구가 활발했던 반면 건축도시 분야에서는 도시경관론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 결과, 대륙의 신합리주의 유형학은 1970년대 이후에도 영국에서 주요 논쟁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대표적 경관론은 경험주의와 픽처레스큐(Picturesque)의 전통을 혼합한 쿨런의 이론이었다. 도시경관의 위계적 조망을 제시한 쿨런의 이론은 타운스케이프(townscape)로 이어졌다. 건물, 수목, 물, 교통, 광고물 등의 도시공간의 모든 요소를 시각적으로 연출하는 기법은 실제 도시설계에 적용되었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는 린치는 보스턴을 비롯한 도시를 관찰하여 어떤 요소가 도시를 사람의 심상에 남게 하는지를 규명하려고 했다. 길, 경계, 구역, 결절점, 랜드마크의 다섯 요소가 도시이미지를 창출한다는 린치의 이론은 도시연구에 하나의 전형이 된다. 그러나 그의 연구는 쿨런의 경관론처럼 도시공간의 사회문화적 측면을 간과하고 시각대상으로 보는 문제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도시경관론과 이미지론은 제3세계 도시에서 독특한 형태의 개별 건축물을 랜드마크로 정당화하게 할 뿐 아니라 건축도시 연구의 논제와 방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970년대 벤츄리는 린치의 이미지론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속하고 대중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던 라스베가스의 간판과 네온사인에서 미국만이 갖고 있는 버내큘러 건축을 찾으려 했다. 벤츄리의 이론은 건축계의 반향을 일으켰지만 탈근대주의의 짧은 수명과 함께 더 이상의 이론적 깊이를 동반하지 못했다. 건축형태의 시지각적 요소를 대중과 소통하는 가장 강력한 매체로 보았던 그이 이론은 역설적으로 도시공간과의 관계를 모색하기 보다는 유형을 협의의 이미지로 축소시켰다.

한편 1960년대 팀텐의 일원이었던 영국의 스미슨부부(A. & P. Smithson)는 유럽도시의 격자형 패턴을 탈피한 유기적 도시 모폴로지와 새로운 건축유형을 제시하였다. 이들은 사회학적 공동체이론과 임의미학을 결합하여 도로시스템, 수직주거, 동선분기점, 주거와 보행자로와 같은 새로운 건축도시 공간구조를 기존의 도시에 적용하려고 했다. 스미슨 부부의 실험은 전통적 건축설계의 범위를 탈피한 혁신적인 것이었지만 이들의 시도는 역설적으로 신브루털리즘 양식 논쟁에 묻히고 말았다. 대륙에서는 유형학 이론과 실험이 균형을 유지한 반면 실무의 적용을 중요시 했던 영국에서는 깊이 있는 이론으로 발전되지 못했다. 경험론이 지배하는 영국에서 유형학이 내포하는 ‘아프리오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였던 것이다. 이점에서 독일계 영국 학자 빗코우버가 1940년대 후반 출간한 팔라디오건축의 유형학적 연구는 주목할 만한 역사연구로 꼽힌다. 빗코우버는 영국과 미국에서 저술활동을 했지만 뵐플린(H. Wolfflin)으로부터 예술사를 배웠기 때문에 프랑클(P. Frankl)과 함께 독일예술사의 계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빗코우버의 관심은 예술사적 관점의 공간이었으므로 공간과 사회를 연결시키는 사회문화적 공간론과는 다른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팔라디오의 빌라를 단순화한 다이어그램과 르네상스의 관념적 비례체계와 경험적 知覺사이의 문제를 다룬 그의 저서는 새로운 건축유형연구의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독일의 건축가 웅거스 역시 이태리의 신합리주의자들과 이론적 토대를 공유하면서도 슁켈의 건축유형과 독일의 블록형 도시조직을 결합한 건축설계 방법론을 제시했다. 모더니즘에 대한 반성과 건축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시작된 유형학은 이태리와 독일건축계의 일부에서 실험되었을 뿐 영미건축계의 화두로 자리 잡지 못했다. 특히 소비주의와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미국의 건축계에서 유형학은 주목을 받지 못한 채 1980년대 이후 담론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1960년대를 정점으로 했던 이 논쟁은 공간의 사회문화성과 공간예술을 분리한 영미의 주류 근대건축이론의 편향성에 도전한 중요한 건축적 사건이었다.

지금가지 살펴 본 194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건축유형학은 다음과 같은 공통적 전제를 갖고 있었다. 첫째, 건축은 개인이 만드는 독립적이고 유일한 개체이기보다는 지속성을 갖고 반복되는 집합적 현상이다. 둘째, 건축은 창작의지의 표현매체 이상의 사회집단의 행동과 문화양식이 결집된 것이다. 셋째, 건축설계는 구체적 조형언어를 백지상태에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 구조의 재결합, 재구성하는 행위다. 넷째, 유형학의 일반해란 없으며 국가와 지역의 도시의 물리적 특성, 사회문화적 상황에 따라 특수해를 가질 수밖에 없다. 즉 이론은 공유하되 방법론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섯째, 건축유형은 자율적 원리와 법칙을 갖고 있지만 도시의 연속성, 역사성속에서 조정, 변용된다. 모폴로지가 밖(도시)에서 안(건축)으로 공간형성 논리를 규정한다면, 유형학은 안(건축)에서 밖(도시)으로 공간형성의 논리를 규정한다. 즉 도시 모폴로지와 건축 유형학은 독립적 개념이 아니라 경계를 공유하고 중첩된다. 건축적으로 도시를 설계하는 것과 도시적으로 건축을 설계하는 것은 분리될 수 없다. 그렇다면 두 관점을 포괄하는 제3의 관점은 서구 건축역사에서 없었던 것일까? 이미 있었다면 어떤 이유에서 현대건축론에서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지 않았는가?

4. 제3의 모폴로지와 건축설계

건축을 경험에 우선하는 이상적 아프리오리로 보았던 서구의 고전건축의 원리는 상황과 조건이 복잡하게 잠재된 도시를 만날 때 상충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건축공간의 엄격한 기하구성은 불규칙한 길과 필지의 비정형성과 충돌을 일으켰다. 밖에서 안으로 접근하는 내향적 도시 모폴로지와 자기중심적, 자기완결적 건축 유형이 만나는 경우 절충이 불가피했다.

그림 3: 로마의 팔라초 보르게세와 파리의 호텔 보베
(출처: Rowe & Koetter, p.77-78)

콜린 로우는 불규칙한 도시조직과 건축유형이 결합된 로마와 파리의 도시건축 사례를 비교한 바 있다. 로마의 팔라초 보르게세(Palazzo Borghese)의 대지는 앞뒤 도로가 평행하지 않고 대지경계선도 불규칙하다. 이러한 도시조직의 조건에 순응하면서도 당시 팔라초의 대표적 전형이었던 파르네제의 공간구성을 지키는 것이 건축가의 숙제였다. 그 결과 중정형 평면은 내부에서 중심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불완전한’ 주변에 유연하게 순응하는 도시건축으로 나타났다. 보르게세는 類型과 脈絡, 絶對와 狀況, 合理와 有機의 이분법을 봉합하는 고대로마의 도시건축의 전형을 보여준다. 파리의 호텔 보베(Hotel Beauvais)도 유사한 사례다. 상점으로 계획된 1층 평면과 입면은 중심성과 대칭성을 유지하고, 중요한 방들은 정형성을 유지하지만 주변의 서비스기능의 공간은 인접대지와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건축의 전략은 외주부는 정연한 장방형의 틀을 지키지만 내부로 오면서 자유로운 평면으로 바뀌는 꼬브뤼제의 사보이 주택과 정반대다. 팔라초 보르게세와 호텔 보베에서 건축의 포쉐(poche)와 도시의 포쉐는 중첩되면서 연속된 도시건축을 형성해나간다.

위의 예시에서 보듯이 도시 모폴로지와 건축유형의 결합은 고대이후 서구의 도시에서 이미 내재된 일반적 현상이다. 이태리 신합리주의자들은 모더니즘이 거부하고, 대체하려고 했던 이러한 현상을 건축이론의 전면에 재등장시킨 것이다. 문제는 현대유형학 논쟁이 이러한 도시공간과 건축공간의 관계, 경계, 충돌, 결합보다는 건축가의 개인의 건축언어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공간’의 문제를 ‘형태’의 문제로 오도했다는 점이다. 유형학 논쟁이 지속되지 못한 것은 바로 ‘양식론’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편적 건축유형은 건축가를 거치면 특수한 건축형태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폴로지와 유형학의 핵심은 건축언어의 특수해를 찾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언어를 추출하는 것에 있다.

모폴로지와 유형은 두 가지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모폴로지를 지구, 가구, 필지, 길, 건물의 치수, 비례 등 기하학적 구체성, 객관화 할 수 있는 형태로 정의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유형을 방, 중정, 복도, 계단, 벽감과 같은 건축요소의 치수, 비례, 구법, 형태, 질감, 색상, 양식으로 보는 것이다. 둘째, 전자와 달리 건축공간과 도시공간을 하나의 연결된 조직으로 보고,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구조적 특징을 찾아내는 것이다. 공간의 켜와 겹, 중심과 주변, 방향성과 축, 선과 면과 같은 위상학적 관계성 (topological relationship)이 바로 그것이다. 껭시가 합리와 실용이 묶여진 형태적 논리, 아르간이 집합적 형태와 실용에 내재하는 추상성을 유형이라고 정의한 것은 후자의 해석에 보다 가깝다. 반면 크리어, 벤츄리와 같은 탈근대주의자들은 전자에만 관심이 있었다. 현재 건축설계에 필요한 것은 두 관점을 포괄하는 제3의 접근법이다. 기하(geometry)로 조율되는 형태와 위상(topology)으로 구조화되는 공간을 결합하는 제3의 ‘모폴로지’인 것이다. 생물학의 모폴로지가 생물의 형태와 구조를 동시에 연구하듯이 건축도시 모폴로지 역시 구체적 형태와 이에 내재된 공간논리와 법칙을 포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모폴로지-도시’, ‘타이폴로지-건축’으로 개념이 양분되었던 것은 이 분야에 가장 영향력이 컸던 미국의 도시학과 건축학이 유럽보다 확연하게 분리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선 논의에서 보듯이 두 개념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도시와 건축분야가 별도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학제간 연구와 협력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일부학자들은 타이포모폴로지(typomorphology)와 같은 신조어를 주장하기도 하였으나, 1980년 이후 ‘타이폴로지’가 이미 반복되는 ‘형식,’ ‘양식,’ 혹은 기능상으로 분류한 ‘시설’을 지칭하는 용어로 고착되었으므로 ‘모폴로지’로 통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하겠다. 모폴로지는 가시적 형태, 형상, 양식의 특징과 이를 미학적으로 지각하고 인식하는 제한된 의미의 유형과 차별화 되어야 한다. 모폴로지는 기하에 내재하는 위상학적 관계, 그리고 이러한 물리적 현상에 축적된 사회, 정치적 역학관계와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다. 유형이 피부라면, 모폴로지는 골격이며, 유형이 한 개인의 빠롤(parole)이라면 모폴로지는 사회집단의 랑그(langue)다.

광역적 도시에서 미시적이고 장소적 건축으로 범위가 옮겨지면 모폴로지의 성격은 ‘분석의 도구’에서 ‘실행의 도구’로 전환된다. 아르간은 ‘분류의 순간’과 ‘형태 정의의 순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집합적, 역사적, 지속적, 반복적 아프리오리를 찾아내고 분류하는 과정과 이를 디자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공장에서 물품을 단계적으로 생산하는 것과 같은 기계적 과정과는 다른 시간과 사고가 교차하는 ‘순간’임을 암시했다. 이 순간은 결코 인식론적,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공백,’ 혹은 ‘도약’의 순간으로 디자인이라는 다른 차원의 행위를 수반한다. 제3의 모폴로지는 결코 준비된 해답을 주지 않고 다만 지적작업과 행위에 필요한 재료와 틀을 제공하는 일종의 ‘자기발견적 도구(heuristic device)’이다. 디자인은 ‘분석과 종합’에 의해 결정되는 귀납적인 결과가 아니라 ‘추정(conjecture)’과 ‘시험(testing)’의 과정에서 다듬어지는 연역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기능이나 기술이 곧바로 형태를 생성하다고 믿었던 기능주의나 환경기술결정주의는 디자인을 건설공정표와 같은 도식적 틀로 만드는, 이른바 디자인방법론을 개발하려고 했지만 현장의 건축가들에게 전혀 공감을 얻을 수 없었다. 자동차와 같은 기계제품의 디자인도 역학과 재료학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는 디자이너의 선택에 의해 마지막으로 결정된다. 프로그램, 대지, 예산, 기술력과 같은 건축 디자인의 변수는 기계제품보다 많기 때문에 건축가는 산업디자이너보다 많은 선택권을 갖는다. 제3의 모폴로지는 건축가가 선택하는 가능성을 다양하게 열어주면서도 임의적 자의적 판단을 보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현대도시는 고대나 근대유럽의 도시와는 다른 문제를 안고 있으며, 사회, 문화, 정치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지역적 현상들이 나타난다. 로우가 예시로 든 팔라초나 호텔보다 밀도, 프로그램, 결합방식이 다양한 건축 모폴로지가 등장하고 변용된다. 때문에 도시와 건축을 문제를 하나의 관점이나 방법론으로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대와 탈근대까지 지속된 인식론적, 상징적, 미학적 관점의 건축이론에서 벗어나 건축가와 사회구조, 생산방식, 지구화, 매스미디어와 같은 건축외적인 변수에 대응하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해졌다. 거대자본을 소유한 개인이나 기업에 의해서 거대건축이 형성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위에서 아래로의 도시조절은 점차 어려워진다. 또한 절대적 개념과 독자적 건축언어를 상황에 대입하는 아프리오리는 과밀하고 복잡한 도시공간에서 정당성을 얻기가 힘들어졌다. 1990년대 후반이후 도시와 건축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통합되는 경향은 근대이후의 도시건축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징후이다. 렘쿨하스의 뉴욕 해부는 기능주의자들에게 의해 왜곡되었던 프로그램을 건축이론의 전면에 재등장시킨 계기가 되었다. 그는 근대주의이후 지속되었던 고전미학의 규범을 조롱하고, 고밀도의 도시공간, 건축의 복합화, 불확정적인 프로그램에 대처하는 새로운 건축 모폴로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렘쿨하스의 이론에서 촉발된 현대건축의 근본적 변화는 개념이 조건에 투사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개념을 만든다는 것이다. 현실을 초월하는 선험적인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건은 새로운 건축을 만드는 動因이 된다. 도시는 건물이 딛고 서 있는 배경이나 방해물이 아니라 건축신체의 일부가 된다. 제3의 모폴로지는 도시와 건축, 배경과 오브제, 조건과 개념, 상황과 절대를 변증법적으로 엮는 대안인 것이다.

그렇다면 제3의 모폴로지는 서구와 맥락이 다른 한국 건축계에 어떤 실천적 의미가 있는가? 유럽의 독특한 도시구조와 조직, 산업혁명과 모더니즘이라는 특수한 사회문화적 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모폴로지와 유형학을 수입된 이론이 아닌 현실적, 실천적 도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숙제가 있는가?

5. 한국 건축도시공간 연구와 숙제

앞서 논의에서 지적했듯이 유럽대륙에는 도시와 건축의 통합된 이론과 실험이 지속되었으나 영국과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두 영역은 점차 분리되었다. 근대주의 이후 도시학이 경제학, 통계학, 지리학으로부터 수혈을 받을 때 건축학은 철학, 언어학, 미학과 교류하면서 독자적 지식체계를 정립했다. 그러나 서구의 현대 건축은 150여년 이상의 건축도시의 실험을 거쳤기 때문에 그 이면에는 도시와의 관계가 이미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영미권의 이러한 경향은 건축과 도시를 통합하는 작업을 축적하지 못한 제3세계의 도시에는 치명적 문제가 된다. 한국 학계에 도시 모폴로지와 건축유형학이 무관한 분야로 간주되었던 것은 근대주의 이후 영미중심의 교육과 실무가 우리학계를 지배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 근현대건축사에서 건축과 도시는 완전히 단절된 영역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등장한 근대건축은 도시와 분리된 채 형태와 기술의 문제로만 받아들여졌다. 해방 후 국가가 총동원되어 도시개발의 박차를 가할 시기에 건축은 이에 개입할 이론과 경험을 전혀 준비하지 못하였고 문제점도 인식하지 못했다. 서구에서 모폴로지와 유형학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1960년대 후반 한국건축계에는 전통논쟁이 시작된다. 전통논쟁의 뿌리는 서구의 모더니즘을 식민시기에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제3세계의 보편적 상황에서 출발한다. 그 이후 전통은 건축역사, 이론, 설계에서 두 가지 편향성으로 나타났다. 첫째, 건축을 ‘민족건축작가론’ 관점에서 분류하는 것이다. 식민자본과 민족자본의 이분법에 따라 건축가는 지배자 일본 건축가와 피지배자 조선인 건축가로 구분된다. 민족과 개인건축가의 문제가 동일시됨으로 사회와 집단성의 문제는 희석되었고 근대건축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건축의 내용과는 별개로 ‘純血主義’로 부각되었다. 민족적, 혈통주의적 이데올로기는 해방이후에도 학계를 지탱해오고 있다. 이는 학제간 연구, 비교문화적 연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두 번째의 편향성은 건축을 ‘양식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건축양식은 조형언어의 독자적 양상, 표현구조의 특수성을 말한다. 그러나 한국건축계에서 양식은 공간의 사회문화성과는 별개로 표피적 형식으로 통용되었다. 또한 서구의 모더니즘과 같은 시기에 진행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일제강점기건축은 모더니즘과 혼용되었다. 18세기 이후 전개된 도시와 건축의 총체적 근대성은 삭제되고 그 결과로서 나타난 20세기 초반의 예술적 모더니즘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모더니즘을 시지각적 현상으로 축소했다. 순혈주의와 한국 근대주의건축 논의는 전개양상은 다르되 뿌리는 양식주의에서 출발한다. 1960년대의 모사논쟁도 양식주의의 연장이다. 모사논쟁은 빈약한 형식주의를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지만 건축도시 연구는 그늘에 가려져 싹트지 못했다.

해방, 한국전쟁, 급속한 개발시대에 건축도시연구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연구를 수행할 여건이 성숙되지 못했다. 문헌과 지도 등의 자료가 빈곤했고 있는 자료마저도 개인과 소수가 독점하였기 때문에 논의자체가 이루어 질 수 없었다. 때문에 일어, 중국어, 영어로 출판된 중국과 일본중심의 2차 문헌자료의 의존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또한 연구의 대부분은 역사학자들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도시와 건축공간을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한자로 쓰인 주요 고전문헌이 한글로 번역되지 못하여 한글세대의 학자들에게는 커다란 학술적 장벽이었다.

1980년대 이후에도 공간과 사회의 함수를 다루는 모폴로지는 건축학계에 생소한 개념으로 소개되지도 않았고 유형학은 서구의 논쟁의 핵심과는 변질된 성격을 띠었다. 첫째, 건축계획 분야에서 건축유형은 시설분류와 같은 의미로 간주되고 관련학회도 학교, 병원, 미술관, 주거 등으로 점차 세분화되었다. 대부분의 연구는 응용을 전제로 한 실증적, 계량적 성격이지만 이론적 토대나 실천적 방법론을 건축실무에 접목하지 못했다. 둘째, 역사학계에는 현존하는 고건축과 마을의 구축적,공간적 특징을 분류하고 지역성, 기후, 재료, 관습과의 상관성을 해석하는 고증학적, 민속학적 연구가 주류를 이루어 왔으나 대부분의 경우 비교문화적 관점을 결여하고 있다. 통시적 역사기술은 있지만 역사를 통한 공시적 건축도시의 질문은 실증주의적 시각에서 배척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셋째, 건축지를 주축으로 한 이론비평분야는 60년대의 양식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작품에 대한 자의적 해석과 난해한 주석은 이론과 비평의 영역을 사회적 문제에서 특정 작가군의 문제로 축소시켰으며 그 결과 연구중심의 학계와 실천계의 연결고리를 만들지는 못했다. 특히 도시공간과 관련된 범사회적현안에 대해서 이론비평은 집단적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도시건축연구의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부터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한 도시공간연구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도시공간과 건축공간을 함께 다루는 연구가 시도되었다. 우리나라 도시의 대명사인 서울의 입지와 형성, 가로의 위계, 행정단위 契와 洞, 길과 필지의 관계, 도시골격과 건축행위의 관계를 극동아시아의 도시와 비교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는 조선후기 서울의 필지의 크기, 방향, 세장비, 길을 유형학적으로 분류한 보다 미시적 연구로 다변화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20세기 초반 서울의 주거지를 길과 필지 등의 도시조직과 전통한옥의 형식과 결합하여 유형화한 연구는 건축역사와 도시역사의 접목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편 서울 상업가로의 물리적 변화와 동반하는 공간논리의 역전현상과 動因, 도시구조와 조직에 내재하는 선과 면의 독특한 이중구조, 이러한 도시구조가 건축공간에 미치는 영향과 상관성을 해석한 연구는 기존의 역사환경, 주거환경에서 연구범위를 도시일상공간으로 확대하였다.

이 연구는 콘젠의 도시평면, 공간구문론의 위상학적 분석모델 등의 방법론을 수용하면서도 서울의 독자적 건축도시론을 찾으려고 시도하였다. 후속 연구로 근대이후 서울의 주요가로에 등장한 종교, 금융, 상업, 공공건축의 건축원리와 도시조직과의 관계를 다룬 장소중심의 건축도시 모폴로지 연구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건축도시공간 연구는 시작단계에 불과하며 서구에서 수입된 이론이 아닌 자생적 건축도시론이 되기 위해서는 학계와 실천계는 다음과 같은 숙제를 안고 있다. 첫째, 국내의 연구는 아시아 건축도시연구와 비교, 논증 가능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하여 도시와 건축의 보편적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 미국 중심의 건축역사와 이론에서 아시아적 질문으로 전환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림5: 일제강점기 남대문로의 도시조직과
근대건축  (출처: 장용태, 2002, p.34; Kim, 2003, p.723)

둘째, 모폴로지 연구와 건축설계를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현장 건축가들의 직관적 설계방법과 학술계의 계량적 연구는 공통의 이론적 토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또한 건축역사와 이론은 배타적으로 각자의 분야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건축내적 상황과 달리 건축외적 상황은 학제간, 비교문화적 연구와 실천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학술계 밖에서 건축가들이 주축이 된 지방도시탐구와 도시건축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체계화된 이론과 방법론보다는 현장성과 직관을 바탕으로 관찰, 조사, 기록, 토론, 실험을 하나로 묶으려고 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2000년대 이후 건축-도시-조경이 협업하는 도시만들기 운동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건축과 도시의 협업이 이미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신도시, 주택단지개발, 도심재개발 프로젝트에서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

6. 결론

모폴로지와 유형학은 1980년대 이후 영미권에서 일견 퇴조 한 듯 보였지만 최근 건축계에 새로운 모습으로 재등장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두 분야가 유럽과 북미에 국한되었던 지나간 이론이 아니라 건축과 도시의 보편적 문제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틀과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찰하였다. 두 이론은 각자의 당위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미권 학계에서 용어상의 혼돈, 도시학과 건축학의 괴리, 근대주의 이후 미학적, 형태론적 담론 때문에 통합된 논의로 전개되지 못했다. 이 연구에서 제시한 제3의 모폴로지는 도시공간의 구조적 특징과 건축공간의 자율적 질서를 동시에 해석하는 이론과 방법론이다. 제3의 모폴로지가 제시하는 건축설계는 주어진 조건을 충족하는 좁은 의미의 개인적 작업에서 변화하는 도시현상을 읽고 새로운 건축공간을 제시하는 광의의 분야로 확대할 것을 전제로 한다. 산업구조의 변화, 자동차의 등장, 건축의 대형화에 대응할 수 있었던 구미에 비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도시의 현실에서 제3의 건축도시 모폴로지는 더욱 절실히 필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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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phological Theory and Design in Modern and Contemporary Architecture
Kim, Sung Hong, University of Seoul

Abstract
This paper investigates morphological theory as an intellectual framework for research and design. The first part of the paper will review morphological studies in the fields of urban geography, urban planning and architecture, particularly in England from the 1940s to the 1980s. While urban geographers and planners were concerned primarily with town plans, building forms and land use, architectural theoreticians were more interested in the topological relationship between urban and architectural space. The underlying premises and principles of these two approaches will be reviewed.

The second part of the paper will focus on typology in Europe and North America. The reinterpretation of typology by Italian architects helped to bridge the gap between individual elements of architecture and the overall form of the city. However, typological theory became less accessible in post-war England and the United States. After 1980, the debate on typology became muted by the onset of vague notions such as functionalism, bio-technical determinism, and contextualism. This paper will propose a redefinition of morphology as a heuristic device, in contrast with the dichotomic view of urban morphology and architectural typology. Morphology will be shown to combine the geometrical and topological; the intentional and accidental; the real and abstract; and a priori and a posteriori.

The last part of the paper discusses the lack of comparative theories and methods surrounding the physical form of architecture and the city by Korea commentators. Empirically rooted facility planning, non-comparative historical studies, and iconographic criticism emerged as a central preoccupation of architectural culture between the 1960s and 1980s, a time when international debate on architecture and urbanism was most intense. This paper will give consideration to the built environment as a dynamic physical entity and space as an epiphenomenon of daily urban life, such that collaboration between urban designers, architects, and landscape architects is seen as both beneficial and necess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