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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omad의 글쓰기

구조로 읽는 도시, 도시건축의 새로운 상상력 (2009.09)

구조로 읽는 도시, 도시 건축의 새로운 상상력
알라딘 마이리뷰, 펭귄, 2009-09-14 16:48


2009년이 아직 3달 이상이나 남았으니 섣부른 판단일 수 있겠지만, [도시건축의 새로운 상상력]은 올해 나온 건축 책 가운데 최고라 할 만하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교묘한 줄타기 혹은 절묘한 중용에 성공하고 있다. 우선 다루는 주제가 그렇다. "도시 건축"이라는 익숙해 보이지만 낯선 조합. 두 단어는 "그리고, 또는, 對" 등 다양하게 접속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편안한 교양서 같은 구성이지만 만만치 않은 무게감이 그렇다. 그리고 저자의 글쓰기 역시 치우치기보다는 가운데 길을 걷고 있다.  

저자는 유럽의 정갈한 도시에 빗대 서울의 어지러운 모습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울의 달동네 골목길에서 근대의 획일적인 도시계획의 대안을 찾는 낭만주의에 빠지지도 않는다. 사실 서울의 도시풍경을 비판하는 일은 너무나 쉽다. 아파트 값 앞에서 모든 정치적 구호가 무너지는 중산층의
욕망, 간판이 건물을 모조리 가려버리는 상업주의, 토건 국가의 프로파갠더로 전락해버리는 대규모 개발사업, 공공성을 잃어버린 광장의 살풍경 등.  

윤리 선생님의 훈계투를 벗어나 서울, 도시, 건축을 말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런 풍경을 간단히 긍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글을 누가 읽겠는가?  

현실을 손쉽게 비판하지도 긍정하지도 않는 저자가 선택한 것은 구조다.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인식 틀은 건축의 랑그, 모폴로지이다. 개별 건축의 형태와 의미에 주목하기보다 저자는 비교적 변하지 않는 것, 또 장소와 문화가 바뀌어도 적용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에 주목한다. 서양의 도시, 건축이론을 동양의 도시와 건축에 적용할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왜곡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저자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서 유요한 도구 틀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모폴로지이다(좁게는 건축의 모폴로지, 넓게는 구조주의 자체가 갖는 한계와 위험이 있겠지만, 일단 무시하자.)  저자는 구조주의적 방법론에 사회. 경제적 분석을 가미해 대단히 설득력 있게 논의를 전개한다. 특히 "서울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는 이 책의 백미다.

하지만 구조와 상상력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한국의 도시와 건축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려는 저자가 기대는 곳은 다소 진부한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저자가 비교적 상술하지 않은 또 다른 구조인 경제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답은 명확치 않다. 사실 이 물음에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다만 "좋은 건축은 도시에 작은 파장을 형성해 나가는 진앙이다"라는 건축에 대한 소박한 믿음을 확인할 뿐이다. 이 믿음이 없으면 운신할 공간마저 없어져 버릴 테니까 말이다.  

건축과 도시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강권하고 싶다.

*펭귄님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글을 올리게 된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