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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를 함축한 일상의 소비공간 (1999.07) 이데올로기를 함축한 일상의 소비공간 (삶과 시장2: 시장의 지리 공간적 특성) 교수신문, 1999.7.19, 제161호 '시정잡배(市井雜輩)'라는 말이 있다. 물건을 사고 파는 상행위에 대한 뿌리깊은 비하의 태도가 배어 나오는 말이다. 질펀한 시장바닥에서 고함치며 호객하는 사람들,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싸우는 사람들, 쏜살같이 밥 나르는 밥집아줌마, 술에 만취하여 비틀거리는 사람들... 그러나 시장은 도시 뒤편에서 펼쳐지는 일상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公的空間이다. 주거건축과 오랜 역사를 함께 하면서도 原型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공간유형이지만 시장은 건축역사와 이론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거나 위해한 대상으로 간주되는 경향마저 있었다. 상업건축을 저급문화로 폄하하는 건축학계의 엘리티시즘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 더보기
무한경쟁시대의 建築家像 (1999.07) 무한경쟁시대의 建築家像 서울건축사신문 논단 1993년 영화 “외설한 제의 (Indecent Proposal)"에서 건축가 우디 해럴슨은 백만 달러의 돈 때문에 아내 데미무어를 갑부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하룻밤 빌려주는 제의를 받아들인다. 이 영화에서 우디 해럴슨은 90년대 이전 미국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는 건축가像과 사뭇 다른 점을 보여준다. 건축가는 흔히 시간과 돈이 많아서 염문을 뿌리는 주인공이나 사회와 타협하지 않는 에고이스트로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에 등장하는 건축가 모습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건축가들의 현실은 영화 ”외설한 제의“에서처럼 명예와 부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건축교육과 실무를 연구한 로버트 거트만교수에 의하.. 더보기
태평로의 춤 (1999.06) 태평로의 춤: 로댕 갤러리 글래스 파빌리온 Choreography on Taepyungro: Rodin Gallery - Glass Pavilion 백년전쟁이 계속되고 있던 1347년 8월 3일 계속된 영국군의 공격 앞에 프랑스의 항구도시 깔레는 무릎을 꿇는다. 영국왕 에드워드 3세는 시민 지도자 여섯 명에게 밧줄을 목에 메고 맨발로 깔레의 열쇠를 바치게 명령한다. 항복의 공포와 굴욕에 잠겨있는 군중을 헤치고 이들은 시장에서 출발하여 영국군 진지를 향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걸음을 내딛는다. 죽음의 공포보다는 앞으로 견뎌내야 할 고난 때문에 우스따쉬 드 쌩 삐에르(Eustache de Saint-Pierre)는 머리를 숙이고 눈을 반쯤 감은 채 걷는다. 그의 왼쪽에 열쇠를 잡은 쟝 데르(Jean d'A..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