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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진례와 진례다반사 (2013.7.15) 진례와 진례다반사 『진례다반사』, Jilye,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2013.7.15., pp.20~27. 경부선 열차에서 내려 처음 만난 진례는 여느 소읍과 별반 다른바 없는 곳이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내려간 한 주민은 진례라는 이름은 “동네라기보다 어떤 촌 아가씨 같았다”고 했다. 나도 나지막한 산을 등지고 천천히 흐르는 하천을 내려다보는 정취 있는 마을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런 느낌과 거리가 멀었다. 마침 내린 봄비에 들판도 집들도 젖어 을씨년스러웠다. 기차역에서 진례로 이어진 길옆에는 평범한 콘크리트 건물이 서 있었고 그 뒤에 철골조 공장들이 가끔씩 스쳐지나 갔다. 들판 사이로 나 홀로 아파트가 불쑥 불쑥 나타났고, 개발을 기다리는 부지에는 잡초들이 산만했다. 갑.. 더보기
유연한 장인, 브리콜뢰르(Bricoleur)를 대망하다 (2013.4.23) 유연한 장인, 브리콜뢰르(Bricoleur)를 대망하다 중앙일보, 2013.4.23.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744/11307744.html 최대 위기 맞은 한국 건설산업 희망은 융합형 인재 새것을 허용해야 건축가 닮은 엔지니어도 나온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2013년 수상자 이토 도요오는 건축 강국으로서 일본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하고 묻자 “건축가의 힘이 아니다. 시공 건설사의 힘이 크다. 건축가가 어려운 과제를 제시하면 장인(職人·쇼쿠닌) 들이 달려든다.” 라고 자신의 겸양을 내세우며 슬쩍 나라 자랑을 늘어놓았다 (중앙일보 4월 13일자 20면). 우리나라의 건설산업도 비록 일본을 추격하고 있지만 양과 질에서 전 .. 더보기
나만을 위한 집짓기의 꿈 (2013.3.26) 나만을 위한 집짓기의 꿈 중앙일보, 2013.3.26.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842/11037842.html 아파트 한 채 장만하려 전전하는 도시 유목민이여 육아, 교육, 먹거리 구매 함께하는 '코하우징'도 있다 집짓기 바람이 불고 있다. 요즈음 서점의 건축 코너 절반을 집짓기 책이 차지한다. 집은 물질 덩어리 건축물과는 다른 나만의 정처(定處)라는 뜻을 함의한다. 떠돌다가 지치면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그리고 나와 가족의 삶이 배어있는, 남들 것과 다르게 생긴 곳이 집이다. 그래서 집을 말할 때 아파트와 연립주택보다는 뾰족한 경사지붕의 단독 주택을 떠올린다. 그게 우리 심상에 남아 있는 집의 원형(原型)이다. 건축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더보기
건축의 노벨상, 프리츠커상보다 값진 것 (2012.3.20) 건축의 노벨상, 프리츠커상보다 값진 것 중앙일보, 2012.3.20.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714/7660714.html '남에게 보여주기보다 내가 살고 싶은 건축 혁신은 가장 보편적인 것을 딛고 나올 것'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2012년 수상자로 중국의 왕수(王澍)가 선정된 것을 건축계는 이변으로 보고 있다. 그는 중국의 변방 우루무치 출신으로 해외에서 유학한 적도, 활동한 적도 없다. 활동 무대도 문화 중심지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아니다. 이것만 보면 토종 변방 건축가의 인간 승리다. 그러나 수상의 이면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심사위원단에 미국에서 교수와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는 창융허(張永和)가 있다. 그는 왕.. 더보기
여행, 길 위로 나서는 젊음 (2012.2.21) 여행, 길 위로 나서는 젊음 중앙일보, 2012.2.21,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331/7419331.html 이집트 항구에 머물고 있는 한국 청년 '천천히 보고 가슴에 담는다'는 그 여유 최근 홍해의 지류인 아카바만의 작은 항구마을에 머물고 있는 한 젊은이와 우연히 트위터를 주고받게 되었다. 트위터에 올린 사진에서 무언가 힘이 느껴져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다. 군복무를 하면서 유라시아 여행을 꿈꾸었던 그는 전역을 하자마자 그동안 모았던 돈으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반년 동안 발트해부터 지중해까지 곳곳을 다니다가 지금은 한 달째 이집트의 한 작은 마을에 머물면서 사진 찍기, 스케치하기, 책읽기, 다이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더보기
중간지대에 선 한국 건축가들 (2011.12.2) 중간지대에 선 한국 건축가들 Korean Architects Standing in the Middle 展 BankART 1929, Yokohama, 2011.12.2.-12.21 참여건축가 : 곽희수, 김동진, 김승회+강원필, 김찬중+홍택, 김헌, 문훈, 민규암, 민성진, 신창훈+장윤규, 유현준, 윤승현+서준혁, 윤웅원+김정주, 임재용, 조정구, 최욱, 한형우. 이상 16인(팀), 총괄기획 : 임재용 (한국) + Masashi Sogabe(일본) 같은 제목의 책, USD Publishing Co. 2011, pp.6-11.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건축계에 드러난 두드러진 현상을 꼽으라면 건축교육과 해외교류의 질적 변화다. 5년제 건축학교육이 설계 중심으로 바뀌고 실무계의 많은 건축가들이 대학으로 자.. 더보기
우리는 토건족인가 (2011.12.13) 우리는 토건족인가 문화/과학 68, 문화이론전문지, 2011 겨울, 문화과학사, 253-264쪽 요즘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들의 만만한 단골 메뉴가 ‘토건족’이다. ‘토목’과 ‘건축’을 묶고 여기다가 ‘족속’을 붙인 말이, 지난 50년 동안 한국 경제의 한축을 떠받쳐온 일등공신에게 향하고 있다. 중동의 사막을 누비던 ‘건설역군’이 어쩌다가 나라의 곳간을 축내는 ‘토건족’이 되었을까. 건축으로 밥을 먹고 사는 나는 이 말에 반쯤은 공감하면서도 듣기에 편치 않다. ‘건축’과 ‘토목’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건축가가 ‘토건족’으로 매도되고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작가로서 대접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권력에 편승한 부패한 집단과 고매한 문화를 일구는 개인, 이 두.. 더보기
세상에서 하나뿐인 샌들 (2011.12.13) 세상에서 하나뿐인 샌들 중앙일보, 2011.12.13,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6879232&ctg=20 도쿄의 쇼핑가(街) 오모테산도에서는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신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예인이 그의 브랜드 로고가 박힌 옷을 입거나 핸드백을 들고 드라마에 출연한 것만으로 화제가 될 정도로 웨스트우드의 유명세는 대단하다. 하지만 그의 디자인이 처음부터 상업적인 것은 아니었다. 안전핀, 면도날, 자전거 체인을 단 넝마 같은 ‘펑크룩’으로 1970년대 세계 패션계를 흔들었던 그는 70이 넘은 나이에도 파격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대표 작품도 굽이.. 더보기
도시 건축의 새로운 상상력 도시 건축의 새로운 상상력 우리 도시 건축의 방향성을 모색하다 지난 50년간 우리 도시와 건축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달려왔다. 평면적 도시 계획과 입체적 건축 설계가 별개였다. 도시계획가는 땅을 넓히는 데, 건축가는 그 땅에다 집을 짓는 것에 급급했다. 서양에서 따로 배워 온 도시학과 건축학을 융합할 여유도 역량도 없었다. 경제성장을 이룬 지금, 양이 질을 압도하는 서울에서 땅값, 용적률, 개발 이익 등 돈으로 환산되는 진부한 공간이 도시의 경관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좋은 도시에는 다양한 삶을 수용하는 다양한 형태의 건축이 있다. 그러나 모양이 다른 건축이 많다고 해서 좋은 도시가 되지는 않는다. 이탈리아 피렌체가 아름다운 것은 위용을 자랑하는 성당의 첨탑 뒤에 규칙적인 붉은 집이 있기 때문이며, 서울의.. 더보기
무한경쟁시대의 建築家像 (1999.07) 무한경쟁시대의 建築家像 서울건축사신문 논단 1993년 영화 “외설한 제의 (Indecent Proposal)"에서 건축가 우디 해럴슨은 백만 달러의 돈 때문에 아내 데미무어를 갑부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하룻밤 빌려주는 제의를 받아들인다. 이 영화에서 우디 해럴슨은 90년대 이전 미국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는 건축가像과 사뭇 다른 점을 보여준다. 건축가는 흔히 시간과 돈이 많아서 염문을 뿌리는 주인공이나 사회와 타협하지 않는 에고이스트로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에 등장하는 건축가 모습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건축가들의 현실은 영화 ”외설한 제의“에서처럼 명예와 부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건축교육과 실무를 연구한 로버트 거트만교수에 의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