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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말 듣는 기술 (2012.6.12) 말 듣는 기술 중앙일보, 2012.6.12,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396/8434396.html?ctg=2002&cloc=joongang|home|opinion '교육도 검증의 대상이라는 인식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 나 스스로 말하는 기술보다 말을 듣는 기술을 배워야' 교수 사회에 회자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교수 세 사람을 한자리에 모으기가 무척 어려운데 그렇게 모인 세 사람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것. 교수 여럿과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교수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적인 구조를 띠고 있는 곳이 한국의 대학 사회다. 각자 연구실로 들어가 문을 닫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 더보기
건축의 몸집 줄이기 (2012.5.15) 건축의 몸집 줄이기 중앙일보, 2012.5.15,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580/8178580.html '건축의 대중적 관심, 마음을 움직이는 작은 건축물 때문 땅을 딛고 있는 건축, ‘하이테크’와 ‘로테크’ 모두 필요' 건축이 대중매체의 관심을 끌고 있다. ‘건축’과 ‘건축가(家)’란 말이 영화 제목에 붙고,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가 건축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건축가가 대중매체에 등장한 것은 오래전이지만 치열한 전문가라기보다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에고이스트와 일은 안 하는데 돈 잘 벌고 인기 많은 로맨티스트를 버무린 인간으로 그려지곤 했다. 최근 여러 매체가 기획과 고증을 통해 현실적 건축가상에 근접하고 있다. 요즈음 건.. 더보기
서울 ‘계란지도’와 도시 건축 지형도 (2012.4.17) 서울 ‘계란지도’와 도시 건축 지형도 중앙일보, 2012.4.17,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531/7913531.html '강남 3구에 노른자가 얹혀 있는 계란지도 정치 풍자 문화적 불균형 해소하는 도시 건축적 섬세함 필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후 SNS에서는 재미있는 사진 한 장이 회자됐다. 프라이팬에 서울시 지도 모양을 한 달걀 흰자위가 있고 강남, 서초, 송파구에 노른자가 얹혀 있는 계란 프라이 이미지였다. 강남의 경제·사회적 우위가 ‘정치적 섬’으로 나타난데 대한 누리꾼의 풍자였다. 도시 안에서 정치적 선택을 달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이것이 구조화, 고착화되는 데 있다. 이번 총선에서 계란 프라이의 .. 더보기
건축의 노벨상, 프리츠커상보다 값진 것 (2012.3.20) 건축의 노벨상, 프리츠커상보다 값진 것 중앙일보, 2012.3.20.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714/7660714.html '남에게 보여주기보다 내가 살고 싶은 건축 혁신은 가장 보편적인 것을 딛고 나올 것'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2012년 수상자로 중국의 왕수(王澍)가 선정된 것을 건축계는 이변으로 보고 있다. 그는 중국의 변방 우루무치 출신으로 해외에서 유학한 적도, 활동한 적도 없다. 활동 무대도 문화 중심지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아니다. 이것만 보면 토종 변방 건축가의 인간 승리다. 그러나 수상의 이면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심사위원단에 미국에서 교수와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는 창융허(張永和)가 있다. 그는 왕.. 더보기
여행, 길 위로 나서는 젊음 (2012.2.21) 여행, 길 위로 나서는 젊음 중앙일보, 2012.2.21,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331/7419331.html 이집트 항구에 머물고 있는 한국 청년 '천천히 보고 가슴에 담는다'는 그 여유 최근 홍해의 지류인 아카바만의 작은 항구마을에 머물고 있는 한 젊은이와 우연히 트위터를 주고받게 되었다. 트위터에 올린 사진에서 무언가 힘이 느껴져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다. 군복무를 하면서 유라시아 여행을 꿈꾸었던 그는 전역을 하자마자 그동안 모았던 돈으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반년 동안 발트해부터 지중해까지 곳곳을 다니다가 지금은 한 달째 이집트의 한 작은 마을에 머물면서 사진 찍기, 스케치하기, 책읽기, 다이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더보기
두꺼운 책 속의 상상력 (2012.1.17) 두꺼운 책 속의 상상력 중앙일보, 2012.1.17,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702/7150702.html 요즘 날씨에 잘 어울리는 책 한 권을 붙잡고 있다. 50세의 나이로 요절한 스웨덴의 스릴러 작가 스티그 라르손이 쓴 ‘밀레니엄’ 시리즈의 첫 권이다. 최고 선진국으로 꼽히는 스웨덴에 도사리고 있는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을 소설 형식을 빌려 고발한 세 권의 소설은 전 세계에 무려 6500만 부가 팔렸다. 최근 이 소설의 스웨덴판과 할리우드판 영화가 모두 한국에서 개봉되었다. 그런데 묵직한 사회 비판 메시지만 갖고는 그의 소설이 이처럼 인기를 끌 수 없었을 것이다. 개성이 뚜렷한 남녀 주인공과 치밀하면서도 긴장감이 넘치는 이야기 구조.. 더보기
세상에서 하나뿐인 샌들 (2011.12.13) 세상에서 하나뿐인 샌들 중앙일보, 2011.12.13,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6879232&ctg=20 도쿄의 쇼핑가(街) 오모테산도에서는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신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예인이 그의 브랜드 로고가 박힌 옷을 입거나 핸드백을 들고 드라마에 출연한 것만으로 화제가 될 정도로 웨스트우드의 유명세는 대단하다. 하지만 그의 디자인이 처음부터 상업적인 것은 아니었다. 안전핀, 면도날, 자전거 체인을 단 넝마 같은 ‘펑크룩’으로 1970년대 세계 패션계를 흔들었던 그는 70이 넘은 나이에도 파격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대표 작품도 굽이.. 더보기
‘갑’과 ‘을’이 마주보는 풍경 (2011.11.15) ‘갑’과 ‘을’이 마주보는 풍경 중앙일보, 2011.11.15,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6664881&ctg=20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후 두 후보 선거 캠프를 방문했던 언론미디어학과 학생들의 관전 후기가 신문에 실렸다. 한 쪽은 “삽살개를 끌고 드나들 수 있는, 카페같이 편안한 분위기”였던 반면 다른 쪽은 “젊은이가 오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회사 같은 곳”이라는 직관적 분석이었다. 정치 공간을 가렸던 장막이 벗겨지고, 그 속살이 텔레비전, 신문, 스마트폰 화면에 뜨고 있다. 게다가 정치인들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연출해 가상공간을 통해 유포한다.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걸터앉아 보좌진.. 더보기
공공건축, 시민의 품격이다 (2011.10) 공공건축, 시민의 품격이다 중앙일보, 2011.10.18,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627/6441627.html 몇 년 전 직항로가 열리면서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의 관문이 되었다. 시벨리우스가 작곡한 ‘핀란디아’의 배경이었던 호수와 숲,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가 떠오를 뿐, 발트 해 끝자락에 있는 핀란드는 우리에게 아주 먼 나라였다. 그런데 핀란드에는 시벨리우스와 노키아 못지않게 온 국민이 자랑하는 알바 알토라는 건축가가 있었다. 길거리 누구에게 물어도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쯤 되는 사람이다. 알토를 국제적 반열에 올린 작품은 시청사, 도서관, 공립병원, 공립대학, 음악당, 연금공단,.. 더보기
평양 류경호텔 보셨나요 (2011.09) 평양 류경호텔 보셨나요 중앙일보, 2011.9.20,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444/6226444.html 이번 추석 연휴 중에 초3 딸과 아침 일찍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나들이에 나섰다. 마침 이 열리고 있었는데, 을 수상한 16인의 젊은 작가의 작품에서 21세기 현대 미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도시와 건축을 소재로 다룬 것이 많아 반갑고 신선했다. 그 중에서도 니콜라 물랭(Nicolas Moulin)의 20분짜리 영상은 오랫동안 잔상에 남는다. 새벽인지 저녁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어두움을 헤치고 허름한 트렌치코트를 입고 마스크를 쓴 남자가 언덕을 올라간다. 이윽고 언덕 너머로 우뚝 솟은 삼각형 건물이 나타난다. 범죄나 공포 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