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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홍 건축 도시

건축설계비 이대로는 안된다 (2000.07) 건축설계비 이대로는 안된다 서울건축사신문 건축논단, 2000.7.16 (제 190호) 최근 건축계에서는 건축사법시행규칙 개정, 건축교육제도 및 인증문제 등이 주요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와 형식의 문제 이면에 도사린 가장 절실한 문제는 건축설계비일 것이다. 건축사의 방패막 구실을 해왔던 보수요율이 사라진 지금 과연 설계라는 전통적 업무를 가지고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자조와 한탄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는 보수요율을 공정거래에 반하는 일종의 카르텔로 규정하였지만 과거에도 건축사들은 오율 보다 턱없이 낮은 설계비를 받아왔다. 공공건축물의 설계비를 산정하는 기준의 구실이라도 해왔던 요율이 사라진 지금 공정한 거래체제가 되었다고 믿는 건축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건축계에서는 건축인.. 더보기
이어지는 場所, 楊根里 (2000.03) 이어지는 場所, 楊根里 99楊平00, AC Files No.1, 산업도서출판공사, 2000, pp.58-67. 楊平은 어디인가? 중앙선, 태백선 열차를 타고 청량리로 상경하는 경상도와 강원도 사람들에게 양평은 서울에 이르기 전의 마지막 정차역이다. 강원도나 충청북도 내륙에서 6번이나 37번 도로를 타고 서울로 가는 사람에게 양평은 길을 잃고 한 번쯤 들어가 보는 소읍일 것이다. 포구가 사라지기 전에 뱃사람들에게는 탁주로 목을 축이고 하룻밤 묵어가던 곳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서울 사람에게 양평의 知覺地圖는 뒤로는 산을 기대고 앞으로는 남한강을 바라보는 양근리나 공흥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용문산 국민관광 단지나 양평콘도를 가기 위해 지나치는 곳, 피라미드, 스핑크스, 쥬라기공원, 비행기 모양의 카페,.. 더보기
일산신도시 산책 (2000.02) ono일산신도시 산책 Strolling about in the Ilsan New Town 建築士 기고 서울에서 일산신도시를 가는 길은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는 경부고속도로만큼이나 넓게 뚫린 자유로를 달려가다가 호수공원을 지나 일산신도시를 횡단하는 백마로로 들어서는 것이다. 둘째는 수색이나 구파발에서 능곡을 경유하여 국도로 일산신도시의 북측 뒤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셋째는 전철3호선을 타고 구파발, 화정을 지나 일산을 동서로 종단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길은 일산신도시에 사는 사람이건 방문하는 사람이건 잘 알고 있으나 네 번째 방법을 알고있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알고 있다고 해도 서울을 출퇴근하는 신도시사람에게 조차 인기가 별로 없는 길이다. 서울역에서 한 시간 마다 떠나는 열차를 타고.. 더보기
建築士와 공공기관 (2000.02) 建築士와 공공기관 서울건축사신문 논단 최근 한 건축전문지에는 건축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내용이 게재되었는데 이목을 끈 문항은 자신의 일상에서 가장 만나고 싶지 않는 사람을 묻는 것이었다. 설문에 응한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을 지목한 것은 한국건축계의 잠재된 문제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회적인 표현으로 공공기관의 도덕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건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건축행정의 일선에 서 있는 사람들과 건축인의 갈등은 우리 사회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법칙을 만들고 지키는 문화를 가지지 못한 데에서 기인하지만 그 이면에는 뿌리깊은 기술천대의 행정권위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관료사회와의 주종관계가 변화하지 않고서는 건축인이 바라는 건축문화는 요원하다. 이를.. 더보기
건축에서 본다는 것 (2000.02) 건축에서 본다는 것 서울산업대(서울과학기술대) 강연 우리는 매일 일터로 나가거나 돌아오는 과정에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다양한 이미지들을 대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생산되고 소비된다.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존 버거 (John Berger)는 그의 저서 “보는 방법(Ways of Seeing)"에서 ”본다는 것은 선택이다.“ 라고 말한다. 즉 본다는 것은 수동적 반사행위가 아니라 의지가 수반되는 적극적 행위인 것이다. 현재와 같은 이미지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건축가들이 본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그 과정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건축에서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고 다른 관점이 있는가를 논의하기 이전에 회화와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 더보기
소비공간과 도시 (2000.01) 소비공간과 도시: 신도시 대형할인점과 문화이데올로기 Consumption Space and Urbanism: The Hypermarkets in Korea's New Towns and Its Cultural Ideology 大韓建築學會論文集 2000.1 16권 1호 (통권 135호). pp.3-10.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Absract As a rival of the department store and traditional marketplace. a new form of retail architecture has appeared in the Korea's new towns. Conceived as a new style of shopping environment, the hypermarket ha.. 더보기
소비문화의 함정과 한국 현대건축의 담론들 (1999.10) 소비문화의 함정과 한국 현대건축의 담론들 이상건축, 9910, pp.146-149. 건축에 ‘문화’라는 단어가 붙는 시대, ‘제도사’, ‘설계사’란 이름 대신 건축가라고 불러주는 시대, 건축가의 일대기가 대중매체에 의해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고, 해외초청 건축가의 강연회를 가득 메우는 젊은 건축도의 열정, 각종 건축공모전과 워크샵의 열기, 미달 없는 117개의 4년제 대학 건축학과, 99개의 2년제 대학 건축학과, 건축의 최대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던 건축잡지가 재정악화로 폐간되는 상황에서도 십 여개가 넘는 건축잡지를 유지해오는 사회. 적어도 한국건축계는 가시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경제위기로 건축설계시장이 극도로 좁아진 상황의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처럼 기이한 현상은 건축이 수.. 더보기
90년대 말의 한국 건축계와 서울건축학교 (1999.10) 90년대 말의 한국 건축계와 서울건축학교 1980년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 건축계에서는 기존의 학연중심의 건축회합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건축동인단체가 등장했다. 나는 이 시기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냈기 때문에 그 목적과 활동을 자세히 접하지 못하였다. 때문에 서울건축학교가 과거의 건축 사회운동과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태동하였는지에 대하여서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건축학교에서 뚜렷한 특징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점은 건축인의 대부분이 공감하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활동이 건축과 건축가의 위상, 건축의 사회성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긴 하였지만 구체적으로 실천되지 못한 반면 서울건축학교는 비록 제도화된 교육기관의 모습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교육'이라는 형태로 실험을 .. 더보기
이데올로기를 함축한 일상의 소비공간 (1999.07) 이데올로기를 함축한 일상의 소비공간 (삶과 시장2: 시장의 지리 공간적 특성) 교수신문, 1999.7.19, 제161호 '시정잡배(市井雜輩)'라는 말이 있다. 물건을 사고 파는 상행위에 대한 뿌리깊은 비하의 태도가 배어 나오는 말이다. 질펀한 시장바닥에서 고함치며 호객하는 사람들,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싸우는 사람들, 쏜살같이 밥 나르는 밥집아줌마, 술에 만취하여 비틀거리는 사람들... 그러나 시장은 도시 뒤편에서 펼쳐지는 일상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公的空間이다. 주거건축과 오랜 역사를 함께 하면서도 原型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공간유형이지만 시장은 건축역사와 이론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거나 위해한 대상으로 간주되는 경향마저 있었다. 상업건축을 저급문화로 폄하하는 건축학계의 엘리티시즘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 더보기
무한경쟁시대의 建築家像 (1999.07) 무한경쟁시대의 建築家像 서울건축사신문 논단 1993년 영화 “외설한 제의 (Indecent Proposal)"에서 건축가 우디 해럴슨은 백만 달러의 돈 때문에 아내 데미무어를 갑부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하룻밤 빌려주는 제의를 받아들인다. 이 영화에서 우디 해럴슨은 90년대 이전 미국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는 건축가像과 사뭇 다른 점을 보여준다. 건축가는 흔히 시간과 돈이 많아서 염문을 뿌리는 주인공이나 사회와 타협하지 않는 에고이스트로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에 등장하는 건축가 모습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건축가들의 현실은 영화 ”외설한 제의“에서처럼 명예와 부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건축교육과 실무를 연구한 로버트 거트만교수에 의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