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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omad 건축 도시 이야기

두꺼운 책 속의 상상력 (2012.1.17) 두꺼운 책 속의 상상력 중앙일보, 2012.1.17,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702/7150702.html 요즘 날씨에 잘 어울리는 책 한 권을 붙잡고 있다. 50세의 나이로 요절한 스웨덴의 스릴러 작가 스티그 라르손이 쓴 ‘밀레니엄’ 시리즈의 첫 권이다. 최고 선진국으로 꼽히는 스웨덴에 도사리고 있는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을 소설 형식을 빌려 고발한 세 권의 소설은 전 세계에 무려 6500만 부가 팔렸다. 최근 이 소설의 스웨덴판과 할리우드판 영화가 모두 한국에서 개봉되었다. 그런데 묵직한 사회 비판 메시지만 갖고는 그의 소설이 이처럼 인기를 끌 수 없었을 것이다. 개성이 뚜렷한 남녀 주인공과 치밀하면서도 긴장감이 넘치는 이야기 구조.. 더보기
중간지대에 선 한국 건축가들 (2011.12.2) 중간지대에 선 한국 건축가들 Korean Architects Standing in the Middle 展 BankART 1929, Yokohama, 2011.12.2.-12.21 참여건축가 : 곽희수, 김동진, 김승회+강원필, 김찬중+홍택, 김헌, 문훈, 민규암, 민성진, 신창훈+장윤규, 유현준, 윤승현+서준혁, 윤웅원+김정주, 임재용, 조정구, 최욱, 한형우. 이상 16인(팀), 총괄기획 : 임재용 (한국) + Masashi Sogabe(일본) 같은 제목의 책, USD Publishing Co. 2011, pp.6-11.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건축계에 드러난 두드러진 현상을 꼽으라면 건축교육과 해외교류의 질적 변화다. 5년제 건축학교육이 설계 중심으로 바뀌고 실무계의 많은 건축가들이 대학으로 자.. 더보기
미디어 서평_길모퉁이 건축 한겨레가 선정한 2011년 올해의 책 10권 2011.12.31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12743.html 1%와 99% 간극 메울 대안건축 길모퉁이 건축 김성홍 지음/현암사·2만원 길과 상업건축 두 가지를 날줄과 씨줄로 엮고 ‘속도’의 개념을 축으로 쌓아올린 건축적 구조를 가진 건축인문학 책. 수레-자동차-승강기-온라인 순으로 탈것을 바꿔가며 여행을 하면 길옆의 건축물들이 창밖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은이는 상업공간이 현대에 이르러 초호화 고층 건물이 되면서 99% 주민들의 삶과 유리되어 1%를 위한 건축물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1%와 99% 사이의 이 간극을 메울 대안으로 길모퉁이 건물인 ‘중간건축’ 개념을 제시한다. 이름 그대로 양극단의 문제를.. 더보기
우리는 토건족인가 (2011.12.13) 우리는 토건족인가 문화/과학 68, 문화이론전문지, 2011 겨울, 문화과학사, 253-264쪽 요즘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들의 만만한 단골 메뉴가 ‘토건족’이다. ‘토목’과 ‘건축’을 묶고 여기다가 ‘족속’을 붙인 말이, 지난 50년 동안 한국 경제의 한축을 떠받쳐온 일등공신에게 향하고 있다. 중동의 사막을 누비던 ‘건설역군’이 어쩌다가 나라의 곳간을 축내는 ‘토건족’이 되었을까. 건축으로 밥을 먹고 사는 나는 이 말에 반쯤은 공감하면서도 듣기에 편치 않다. ‘건축’과 ‘토목’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건축가가 ‘토건족’으로 매도되고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작가로서 대접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권력에 편승한 부패한 집단과 고매한 문화를 일구는 개인, 이 두.. 더보기
세상에서 하나뿐인 샌들 (2011.12.13) 세상에서 하나뿐인 샌들 중앙일보, 2011.12.13,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6879232&ctg=20 도쿄의 쇼핑가(街) 오모테산도에서는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신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예인이 그의 브랜드 로고가 박힌 옷을 입거나 핸드백을 들고 드라마에 출연한 것만으로 화제가 될 정도로 웨스트우드의 유명세는 대단하다. 하지만 그의 디자인이 처음부터 상업적인 것은 아니었다. 안전핀, 면도날, 자전거 체인을 단 넝마 같은 ‘펑크룩’으로 1970년대 세계 패션계를 흔들었던 그는 70이 넘은 나이에도 파격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대표 작품도 굽이.. 더보기
‘갑’과 ‘을’이 마주보는 풍경 (2011.11.15) ‘갑’과 ‘을’이 마주보는 풍경 중앙일보, 2011.11.15,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6664881&ctg=20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후 두 후보 선거 캠프를 방문했던 언론미디어학과 학생들의 관전 후기가 신문에 실렸다. 한 쪽은 “삽살개를 끌고 드나들 수 있는, 카페같이 편안한 분위기”였던 반면 다른 쪽은 “젊은이가 오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회사 같은 곳”이라는 직관적 분석이었다. 정치 공간을 가렸던 장막이 벗겨지고, 그 속살이 텔레비전, 신문, 스마트폰 화면에 뜨고 있다. 게다가 정치인들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연출해 가상공간을 통해 유포한다.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걸터앉아 보좌진.. 더보기
길모퉁이 건축 : 건설한국을 넘어서는 희망의 중간건축 (2011.11.5 출간) * 선정 2011 올해의 책 왜 우리 도시는 이렇게 차갑고 숨 막히는가? 길모퉁이에 삶과 경제, 문화가 공존하는 건축을 짓자! 개발과 성장의 ‘건설 신화’, 치장과 과잉의 ‘디자인 경제주의’를 넘어 사람과 문화를 품는 도시 건축을 만들어가는 구체적인 대안 YouTube http://www.youtube.com/watch?v=9pkltiExg4A 오랜 현장 탐사, 너른 인문적 탐구, 균형 잡힌 시각으로 지은 건축인문학 역작! “한국 건축은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 오던 건설신화가 서서히 걷히면서 경제의 양극화와 함께 건축에서도 역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양극화가 중산층을 붕괴시키듯 건축의 양극화는 도시의 중간지대를 질식시킨다. 골목길은 재개발을 기다리고, 허름한 소규모의 건.. 더보기
공공건축, 시민의 품격이다 (2011.10) 공공건축, 시민의 품격이다 중앙일보, 2011.10.18,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627/6441627.html 몇 년 전 직항로가 열리면서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의 관문이 되었다. 시벨리우스가 작곡한 ‘핀란디아’의 배경이었던 호수와 숲,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가 떠오를 뿐, 발트 해 끝자락에 있는 핀란드는 우리에게 아주 먼 나라였다. 그런데 핀란드에는 시벨리우스와 노키아 못지않게 온 국민이 자랑하는 알바 알토라는 건축가가 있었다. 길거리 누구에게 물어도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쯤 되는 사람이다. 알토를 국제적 반열에 올린 작품은 시청사, 도서관, 공립병원, 공립대학, 음악당, 연금공단,.. 더보기
평양 류경호텔 보셨나요 (2011.09) 평양 류경호텔 보셨나요 중앙일보, 2011.9.20, 오피니언, [삶의 향기]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444/6226444.html 이번 추석 연휴 중에 초3 딸과 아침 일찍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나들이에 나섰다. 마침 이 열리고 있었는데, 을 수상한 16인의 젊은 작가의 작품에서 21세기 현대 미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도시와 건축을 소재로 다룬 것이 많아 반갑고 신선했다. 그 중에서도 니콜라 물랭(Nicolas Moulin)의 20분짜리 영상은 오랫동안 잔상에 남는다. 새벽인지 저녁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어두움을 헤치고 허름한 트렌치코트를 입고 마스크를 쓴 남자가 언덕을 올라간다. 이윽고 언덕 너머로 우뚝 솟은 삼각형 건물이 나타난다. 범죄나 공포 영.. 더보기
우리 도시 속 이방공간 (2011, 가을) 우리 도시 속 이방공간 문화/과학 67, 문화이론전문지, 2011 가을, 문화과학사, 247-259쪽 도시는 힘 있는 몇 사람의 정치인, 관료, 도시계획가, 건축가가 만든 ‘작품’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았던 오랜 ‘궤적’이며, 살고 있는 ‘현장’이다. 일단 만들어진 길과 집은 쉽게 변하지 않는 관성을 획득한다. 우린 사람의 수명보다 짧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짓지만 그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서울의 사대문 안에는 조선시대의 집들은 거의 사라졌지만 길과 집터는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발전이 어떤 임계점에 다다르거나 새로운 동력이 생기면 도시는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옛것 위에 새것이 겹쳐지기도 하고 이질적인 것들이 부딪치기도 한다. 그래서 서양 이론가들은 도시를 ‘펠림세스트’palimpsest라는 .. 더보기